엄마가 일주일에 53시간 이상 일하면, 그 집 아이의 복부비만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제로 나왔다. 단순히 “엄마가 바빠서 밥을 잘 안 챙겨줘서”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53시간은 단순 육체적 노동의 문제보다 가정 내 관리 부재가 시작되는 임계점으로 볼 수 있다. 부모 특히 엄마가 장시간 집을 비우거나 육아에 쓸 에너지가 떨어질 경우, 아이는 식사 시간, 음식 구성, 간식 선택, 신체활동 루틴 모든 면에서 방치 상태에 가까워진다.
그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집밥보다 가공식품 비율이 늘고, 야식이나 간헐적 폭식이 증가하고, 스크린 타임도 늘어난다. 결국 복부를 중심으로 한 내장지방 축적 패턴이 만들어지는 거다. 이건 단순한 ‘비만’과 다르게, 대사증후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식사의 질이 아니라 ‘식사의 구조’가 무너진다
엄마가 바쁘다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햄버거만 먹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식사의 일관성이 사라진다는 데 있다. 규칙적으로 앉아서 먹는 시간이 줄고, 혼자 먹거나 TV 보면서 먹는 습관이 늘어나고, ‘배고프면 먹는’ 방식이 되어버리면 레프틴(포만감)과 인슐린(혈당 조절) 같은 대사 호르몬의 리듬이 무너진다. 이 리듬이 깨지면, 아이 몸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하려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특히 복부 지방세포는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식사 리듬이 불규칙하고 감정적 안정이 부족할수록 복부에 체지방을 더 쌓는 쪽으로 몸이 움직인다. 즉, 뭘 먹느냐보다 언제, 어떻게, 누구와 먹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엄마의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 식사의 구조가 무너지기 쉽고, 그 결과가 바로 ‘복부비만’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정서적 공백이 스트레스를 통해 대사를 바꾼다
아이의 체형은 먹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서적 안정감과 대사 기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아이가 엄마의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그 자체가 지방을 복부 중심으로 저장하게 만든다. 실제로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아이일수록 공복감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패턴이 무너지고,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이건 단순히 ‘엄마가 없으니까 불안해서 폭식한다’ 수준이 아니라, 신경계에서 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 자체가 왜곡되는 구조적 문제다. 그만큼 정서적 자극이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고, 엄마의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느끼는 일상적 단절감은 몸 안에서 생리적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엄마가 부재하면 생활 리듬 전체가 흔들린다
아이의 식사와 체형을 좌우하는 건 단순한 영양 구성이 아니다. 기상 시간, 취침 시간, 외부 활동 빈도, 스크린 시간, 정서 교류 시간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돌아가야 대사 건강이 유지된다. 그런데 엄마가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까지 계속 일하게 되면, 이 구조 전체가 흐트러진다. 아이가 혼자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게 되고, 늦게 자는 대신 아침은 대충 넘기고 점심은 군것질로 때우게 되는 패턴이 반복되면 체내 생체시계는 완전히 무너진다.
문제는 이렇게 망가진 리듬이 아이의 성장호르몬, 인슐린 감수성, 수면 중 에너지 대사 기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이의 복부비만은 단순히 “운동 안 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라, 일상 전체가 흐트러진 결과물이다. 엄마의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이 틈은, 아이 건강에서 꽤 치명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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