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가일수록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빠르게 달려나가는 사이 중저가 아파트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집값 양극화는 계속해서 심화하는 상황이다.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가격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상반기 15.4% 올랐다. 작년 말 27억 2539만 원에서 올해 6월 31억4419만 원으로 4억2000만 원 가까이 뛰었다.
반대로 가격 하위 20%(1분위) 아파트는 상승률 0%를 기록했다. 가격으로 보면 4억9089만 원에서 4억9085만 원으로 4만 원이 낮아졌다.
아파트 가격 오름폭은 비쌀수록 높게 나타났다. 4분위가 6.3%로 5분위의 뒤를 이었고 이어 3분위 3.1%, 2분위 1.2% 순이다. 가격 기준으로는 4분위가 8856만 원, 3분위가 3072만 원 상승했다. 2분위는 922만 원 올랐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7월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2억1348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2% 올랐고 4분위 아파트는 15억2029만 원으로 2.3% 뛰었다. 같은 기간 3분위는 1.2% 상승했다. 2분위와 1분위는 각각 0.5%, 0.2%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의 분석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6·27 대책 이후 한 달간 수도권에서 20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66.1%가 신고가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한 달간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는 각각 75건, 73건의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하루에 두 건 이상이 신고가를 쓴 셈이다. 서초구는 29건을 기록했다. 양천구(45건)와 성동구(16건), 용산구(22건) 등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가격 오름폭도 크게 나타났다. 서초구(8.6%)와 양천구(8.3%), 성동구(8.3%), 강남구(8.1%)는 신고가가 기존 최고가보다 평균 8% 이상 높았다. 송파구와 용산구는 6% 안팎이었다. 강남구 ‘개포주공7단지’ 전용 53㎡는 지난달 8일 기존 최고가보다 5억6500만 원 높은 30억6500만 원에 팔렸다.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전용 84㎡는 이전 신고가보다 3억 원 비싼 34억 원, 송파구 ‘헬리오시티’ 110㎡는 2억 원 더 뛴 32억 원에 거래됐다.
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는 신고가 거래 자체가 드물었다. 사실상 고가 아파트만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이 펼쳐지다 보니 아파트값 양극화는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 5분위 배율은 2022년까지만 해도 4.5배 정도였는데 지난해 3월 5배로 올라섰고 올해도 빠르게 커지면서 7월 현재 6.5배를 기록 중이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값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값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 6억 원 이하로 묶이다 보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요자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들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대출 규제 영향이 적은 고가 아파트만 가격이 뛰고 나머지는 정체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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