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전투기’로 적을 낚는다… 국내 유일 디코이 전문 업체의 정체
적 레이더에 전투기처럼 포착되지만 실제로는 무인 풍선일 뿐인 장비. 외형만으로 적군의 전략적 판단을 흐리고, 타격 자원을 소모시키는 이른바 ‘형상기만 디코이(Decoy)’가 국내 방산 업계에서 조용히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국내 유일하게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이 최근 각광받고 있으며, 전장 전략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짜 무기’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전투기처럼 생긴 풍선, 레이더엔 ‘진짜’처럼 찍힌다
형상기만 디코이는 쉽게 말해 ‘가짜 무기’다. 풍선, 합성섬유, 저비용 금속 프레임 등으로 만들어지며, 겉모습은 전투기, 미사일, 장갑차 등과 유사하다. 하지만 실제 작동 능력은 전혀 없고 오직 적의 레이더를 속이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핵심은 ‘RCS(Radar Cross Section·레이더 반사 면적)’ 수치 조작이다. 실제 전투기와 유사한 RCS값을 갖게 설계돼 적의 감시장비에는 진짜처럼 보인다.
이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HIMARS, 패트리엇 같은 고성능 무기를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디코이를 적극 활용해 러시아군의 미사일을 낭비시켰다. 이와 유사한 디코이 기술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유일, 형상기만 디코이 전문 방산 스타트업 등장
이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유일 업체는 ‘포디리플렉션(4DReflection)’이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KAIST 출신 연구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공동연구 및 방위사업청 R&D 과제를 수행 중이다. 기존에는 해외에 의존하던 디코이 관련 기술이 이 스타트업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포디리플렉션이 개발한 대표 제품은 KF-16 전투기 형상 디코이, K9 자주포 디코이 등으로, 수십 미터 거리에서 식별해도 실제 무기와 육안상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제작비가 전투기의 1,000분의 1 이하로,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크다.
디코이 전략, 미사일 방어의 ‘비대칭 자산’으로 부상
현대전에서 미사일 요격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한 발에 수십억 원이 드는 요격 미사일을 수백 발 운용하려면 국방 예산에 큰 부담이 생긴다. 반면 디코이는 고작 수백만 원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어, ‘가짜’로 ‘진짜’를 소모시키는 역전 전략이 가능하다.
적 입장에서 디코이인지 실제 무기인지 식별이 어려운 상태라면, 결국 요격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략적 낭비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천궁-II, 패트리엇, NASAMS 등 고가 방공체계와 디코이를 병행하면 전방위적 방어 능력이 강화된다.
국산 디코이, 중동·유럽 등 수출 가능성도 주목
국내 디코이 기술은 단순히 ‘모형’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레이더 반사 성능, 적외선 시그니처 조작, 전자파 흡수·반사 코팅 등 고급 기술이 적용되며, 야전에서 바로 설치 가능한 운용 편의성도 확보됐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현재 중동 국가들과의 수출 협의가 일부 진행 중이며, 유럽 일부 국가는 이미 실전 테스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NATO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 중,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국가들(예: 폴란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에서는 디코이를 통한 비용 효율적 자산 확보가 매우 매력적인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코이 기술, 미래 전장의 ‘심리전 자산’으로 진화
형상기만 디코이는 단순히 미사일을 낭비시키는 장비를 넘어선다. 적의 전략을 왜곡시키고, 혼란을 조장하며, 정보 수집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심리전 자산’으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적이 디코이인지 실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혼돈의 상태는 곧 지휘체계의 혼선을 유도하고, 작전 결정 시간을 지연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전장의 우위를 제공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전쟁의 병기’로서 디코이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포디리플렉션을 비롯한 국내 기술진들이 선도하는 디코이 산업은, 저비용 고효율의 비대칭 전략 자산으로써 미래 K-방산의 핵심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