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Coelacanth)의 생물학적 분류가 재검토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뤄진 정밀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새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및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실러캔스의 머리 분석 과정에서 진화의 상식이 뒤집힐 대발견을 했다고 전했다.
실러캔스목은 고대 지구의 바다에서 번성했고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여겨져 오랫동안 화석으로만 알려졌다. 다만 193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앞바다에서 실러캔스의 한 종인 라티메리아 칼룸나이(Latimeria chalumnae)가 포획돼 학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1997년에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북부 앞바다에서 실러캔스의 일종인 라티메리아 메나도엔시스(Latimeria menadoensis)가 포착되면서 샐러캔스는 현생종 2종이 등록돼 있다. 학자들은 이들 실러캔스가 천적이 없는 약 300m 해저에서 안정된 생활을 한 덕에 진화를 거치지 않고 고대종과 같은 형상을 갖췄다고 본다.
연구팀은 아직도 수수께끼가 많은 실러캔스의 진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과 버지니아해양과학연구소에서 제공한 라티메리아 칼룸나이 표본을 해부했다. 머리 근육과 뼈 하나하나를 6개월에 걸쳐 꼼꼼하게 해체하고, CT 스캔을 수차례 거쳤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스미스 박사는 “지금까지 70년간 문헌에 기록된 실러캔스의 정보는 대부분 잘못됐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며 “척추동물의 진화로 인한 머리 근육의 변화에 대해 그간 실러캔스를 제대로 이해한 부분은 13%에 불과했다. 먹이활동이나 호흡과 관련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변화도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러캔스는 현생 척추동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조기어류와는 크게 다르고, 상어나 가오리 등 연골어류, 심지어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파충류가 포함된 사지동물에 가까운 특징들이 확인됐다”며 “이는 모든 척추동물의 진화 역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요한 발견은 실러캔스의 입과 목을 잇는 공간을 확장한다고 여겨진 근육이다. 연구팀은 이 조직이 실제로는 수축하지 않는 인대임을 알아냈다.
스미스 박사는 “금붕어 등 조기어류는 입을 여닫고 물을 들이마시면서 먹이를 먹는 흡인 섭식을 하며, 이는 생존에 매우 유리해 오늘날 척추동물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며 “반면 실러캔스, 또는 상어 같은 일부 연골어류는 먹이를 직접 깨물어 포식한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지금까지 학자들은 실러캔스 또한 흡인 섭식을 위한 근육을 가졌다고 봤는데, 이번 연구로 그 조직이 인대임을 알게 됐다”며 “근육과 달리 인대는 힘을 전달할 뿐 스스로 수축하지 않으므로 실러캔스는 흡인 섭식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조기어류의 흡인 기능이 공통 조상이 나타난 지 적어도 3000만 년이 지나서야 진화한 것으로 추측했다. 학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먼저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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