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 방산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계약
페루 정부가 한국 방위산업체 현대로템에 지상군 무기 현대화 사업의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면서 K-방산의 중남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까지 페루는 여러 국가와 업체로부터 무기를 조달하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기술 이전 문제, 납기 지연, 품질 논란 등 지속적인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체계적인 군 현대화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현대로템과의 단독 계약은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점 공급이라는 형태 자체가 중남미에서 흔치 않은 계약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사례는 방산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K808과 K2 전차, 페루 전력의 핵심으로 부상
이번 계약을 통해 공급되는 대표 무기는 K808 차륜형 장갑차와 K2 흑표 전차다. 두 기종 모두 이미 해외에서 높은 성능을 입증한 장비로, 다양한 지형과 작전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K2 전차는 현지에서 이미 한 대가 시험 운용 중이며, 향후 200대 이상 도입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장갑차 역시 페루군의 전투력 증강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며, 두 기종이 결합되면 기존의 낙후된 지상전력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장비 수출을 넘어, 페루 군사력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으로 파급효과 확대
현대로템이 제공할 무기는 단순한 완제품 납품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 이전, 생산 설비 구축, 정비 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협력이 포함된 패키지형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현지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군수 지원 체계의 내재화 등 장기적인 안보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방산업계는 이러한 방식이 향후 다른 중남미 국가에도 유사한 확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협력 모델이라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K-방산, 중남미 신뢰도 급상승
이번 계약은 중남미에서 한국 방산업체의 신뢰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유럽, 러시아, 미국 등의 무기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점차 한국산 무기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방산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가격 경쟁력과 함께 유지 보수, 납기 안정성, 기술 협력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루 외에도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 다수의 국가들이 한국 방산업체와의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방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새로운 수출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3조 원 규모, K2 흑표로 기록될 수출 쾌거
현대로템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수출액은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전차, 장갑차, 계열 차량뿐 아니라 기술 이전, 현지 생산설비 구축, 훈련 인프라까지 포함한 포괄적 협력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현대로템은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급 중남미 방산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방산업계는 이번 계약이 향후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의 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를 넘어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출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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