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자발적 INF 미배치 선언 전격 철회
러시아가 2024년 8월 4일, 스스로 설정해 온 중거리 미사일 미배치 선언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는 1987년 체결되었던 INF 조약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된 이후, 유럽에 중거리 핵무기를 재배치하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첫 선언이다. 러시아는 이번 결정을 통해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며, 냉전 시기의 군비 경쟁 구도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략적 안정 균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새로운 핵 대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외교적 경고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무기 배치를 포함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미국 ‘티폰’ 미사일 시스템, 러시아 반발 키웠다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 필리핀에 배치한 ‘티폰’ 시스템이다. 티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다목적 미사일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지상 발사형 무기 플랫폼으로, 본래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배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무기의 사거리가 자국 극동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불어 티폰 시스템이 유럽 국가들에도 배치되거나 수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을 완전히 포위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독일의 구매 검토, 덴마크의 배치설은 러시아를 더욱 자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 신형 탄도미사일 ‘오레쉬니크’ 전면 배치 선언
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는 자국의 최신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쉬니크’를 대량 생산하고 벨라루스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500km, 최고 속도 마하 11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복수의 탄두를 동시에 탑재 가능한 MIRV 시스템을 적용한 전략무기이다.

단 한 발의 미사일로도 여러 도시나 군사 거점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 전역을 위협하는 데 충분하다.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어 실질적인 핵 억지력뿐 아니라, 공격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이 무기를 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제 조약의 붕괴, 핵 경쟁을 막을 장치 사라지다
이제 문제는 두 강대국을 제약할 수 있는 국제적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INF 조약은 이미 지난 시점에 공식적으로 파기되었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신 START)’ 역시 2026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조약의 연장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처럼 핵 확장 경쟁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마저 무력화될 위기에 처하면서, 각국은 더 많은 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상대국의 전력 증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는 선제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끝없는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 다시 핵전쟁의 공포 아래로
현재의 상황은 단순한 외교적 갈등을 넘어서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 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고,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 핵 전력을 재배치한다면, 이는 사실상 전면적인 핵 전략 재정비를 의미하게 된다. 과거 냉전과 같은 양극 구도가 아닌, 다양한 국가들이 관련 무기 체계를 도입하거나 자국에 배치하게 되는 다극화된 핵 위협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이 모두 잠재적 타격권에 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핵무기 억제라는 명분 아래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이 경쟁이 과열된다면 인류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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