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중피종 원인 및 증상 석면 노출로 야기되는 흉막 복막 심낭 양성 중피 종양

건강한 삶을 리뷰하는 Heeee 2025.08.10 조회수

소리 없는 암살자 석면, 그 비극적 결과물 악성중피종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오래된 건물이나 공장 지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석면(Asbestos)’이라는 물질인데요. 과거에는 뛰어난 단열성과 내구성 덕분에 ‘기적의 광물’이라 불리며 건축 자재,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 등 우리 주변 곳곳에 사용되었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는 미세한 섬유 형태의 석면 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배출되지 않고 폐나 다른 장기에 박혀 수십 년간 염증을 일으키는 시한폭탄이 된답니다. 그리고 이 긴 잠복기 끝에 나타나는 가장 비극적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악성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입니다.

“그저 오래된 건물에 살았을 뿐인데…”, “젊었을 때 조선소에서 일했던 것뿐인데…”라며 뒤늦게 암 진단을 받고 망연자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악성중피종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매우 공격적이고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어요. 오늘은 ‘소리 없는 암살자’ 석면이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병, 악성중피종에 대해 그 원인부터 최신 치료법까지 깊이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악성중피종의 유일한 표적, ‘중피’는 무엇일까요?

악성중피종의 원인을 알기 전에, 먼저 ‘중피(Mesothelium)’라는 생소한 기관에 대해 이해해야 해요. 중피는 우리 몸속의 주요 장기들을 얇게 감싸고 있는 막입니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Pleura), 복부 장기들을 감싸는 복막(Peritoneum),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Pericardium) 등이 모두 중피에 해당되죠.

이 얇은 막은 장기들이 서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액을 분비하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악성중피종은 바로 이 중피 세포에 발생하는 암을 말해요.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악성 흉막 중피종 (가장 흔함, 약 80%), 악성 복막 중피종, 드물게는 악성 심낭 중피종 등으로 구분됩니다.

비극의 씨앗, 악성중피종의 원인

악성중피종의 원인은 매우 명확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바로 석면 노출이 전체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원인입니다.

석면 노출의 위험성: 석면은 아주 작은 바늘 모양의 섬유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석면 가루가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가면, 폐 조직을 뚫고 가장 바깥쪽에 있는 흉막까지 이동하여 박히게 됩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이 침입자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석면은 너무 단단하고 분해되지 않아 제거에 실패하고 말죠.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염증 반응과 DNA 손상이 수십 년간 축적되면서, 결국 정상적인 중피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복막 중피종 역시 흡입된 석면이 림프관 등을 통해 복강으로 이동하거나, 석면 가루를 삼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직업적 노출: 과거 석면을 직접 다루었던 직업군에서 발생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소 근로자,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사, 석면 광산 노동자, 석면 방직 공장 근로자 등이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과거 조선업과 건설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석면 사용량이 많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일했던 분들의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환경적·2차적 노출: 더 무서운 점은 석면을 직접 다루지 않았더라도 악성중피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석면 공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석면이 사용된 오래된 건물에서 생활하는 경우 (환경적 노출), 또는 석면 분진이 묻은 작업복을 입은 가족 구성원과 함께 생활하면서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 **(2차적 노출)**도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긴 잠복기: 석면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바로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악성중피종의 잠복기는 평균 30~50년으로 매우 깁니다. 젊었을 때 짧은 기간 노출되었더라도, 수십 년이 지난 노년기에 이르러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잊고 있던 암’이라고도 불립니다.

“혹시 나도?” 의심해봐야 할 악성중피종의 증상들

악성중피종은 초기 증상이 감기나 다른 일반적인 질환과 비슷하여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악성 흉막 중피종의 주요 증상 (가장 흔함)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흉수(Pleural Effusion), 즉 흉막강 내에 물이 차는 것입니다. 암세포가 흉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흉수가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폐를 압박하게 됩니다.

호흡 곤란: 가장 흔한 증상으로, 처음에는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만 숨이 차다가, 점차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옵니다.
가슴 통증: 흉수가 폐를 압박하거나 암세포가 신경을 침범하면서 둔하거나 날카로운 통증이 가슴이나 등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른 기침: 특별한 이유 없이 기침이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전신 쇠약감 및 체중 감소: 이유 없이 피곤하고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흉곽의 비대칭: 한쪽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거나 모양이 변할 수 있습니다.

2. 악성 복막 중피종의 주요 증상

복막에 암이 생기면 복수(Ascites)가 차면서 여러 소화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복부 팽만 및 통증: 복수가 차면서 배가 불러오고 더부룩하며, 둔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소화 불량 및 식욕 부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속이 좋지 않아 식욕이 떨어집니다.
오심 및 구토
급격한 체중 감소
복부의 덩어리: 배에서 이전과 달리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다른 질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과거 석면 노출 가능성이 있으면서 위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악성중피종, 어떻게 진단하고 확진하나요? (검사 및 진단 방법)

악성중피종은 다른 암에 비해 진단이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증상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워 여러 단계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1. 영상의학 검사

먼저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위치, 크기, 주변 장기 침범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흉부 X-ray: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흉수가 차 있거나 흉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소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단층촬영 (CT): X-ray보다 훨씬 정밀한 검사입니다. 종양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을 파악하여 병기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CT 영상에서 한쪽 흉막이 마치 갑옷처럼 두꺼워져 있는 소견은 악성중피종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PET-CT): 암세포가 다른 세포보다 포도당 대사가 활발한 점을 이용하는 검사입니다. 전신 촬영을 통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암세포나 다른 장기로의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2. 조직 검사 (확진을 위한 최종 단계)

영상의학 검사에서 종양이 의심되면, 최종 확진을 위해 반드시 조직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암이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직접 떼어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이죠.

흉강경/복강경 검사: 해당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흉강경 또는 복강경)을 삽입하여 직접 눈으로 병변을 확인하면서 조직을 충분히 떼어내는 방법입니다.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으로, 최근에는 진단과 동시에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세침흡인/침생검: 초음파나 CT 유도 하에 가느다란 바늘을 찔러 소량의 세포나 조직을 얻는 방법입니다. 비교적 간단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에는 조직의 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떼어낸 조직은 병리과에서 특수 염색(면역조직화학염색)을 통해 악성중피종 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칼레티닌, WT-1 등)의 발현을 확인하여 폐선암 등 다른 암과 감별한 후 최종적으로 확진을 내리게 됩니다.

희망을 놓지 않는 싸움, 악성중피종 치료법

악성중피종은 매우 공격적인 암이지만,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하며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치료는 암의 병기, 환자의 전신 상태, 암세포의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1. 수술적 치료

암이 흉막이나 복막에 국한되어 있고 환자의 전신 상태가 양호한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흉막외 전폐절제술 (EPP, Extrapleural Pneumonectomy): 암이 생긴 쪽의 폐와 흉막, 심낭, 횡격막의 일부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매우 큰 수술입니다. 암 조직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지만,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크고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어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됩니다.
흉막절제술/박피술 (P/D, Pleurectomy/Decortication): 폐는 보존하면서, 암이 퍼져있는 벽측 및 장측 흉막을 최대한 벗겨내는 수술입니다. EPP에 비해 폐 기능을 보존할 수 있어 최근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술 후에도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보통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합니다.

2. 항암화학요법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악성중피종의 표준 치료법입니다. 여러 항암제를 조합하여 전신에 투여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파괴합니다.

표준 항암 요법: 전통적으로 페메트렉시드(Pemetrexed)와 시스플라틴(Cisplatin)이라는 두 가지 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1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3. 방사선 치료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입니다. 수술 후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거나(보조적 치료),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통증, 호흡 곤란 등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완화적 치료)으로 사용됩니다.

4. 최신 치료: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최근 악성중피종 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희망으로 떠오르는 분야입니다.

면역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관문’이라는 위장막을 펼칩니다. 면역항암제는 이 위장막을 걷어내어,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치료제입니다. 최근 니볼루맙(Nivolumab)과 이필리무맙(Ipilimumab) 병용 요법이 수술 불가능한 악성 흉막 중피종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되어 기존 항암치료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이며 새로운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양 치료 전기장 (Tumor Treating Fields, TTFields): 특정 주파수의 전기장을 이용하여 암세포의 분열을 방해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입니다. 항암치료와 병행하여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입증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방과 관리가 최선입니다

악성중피종은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석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입니다.

석면 함유 의심 물질 주의: 1970~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슬레이트 지붕, 천장 텍스 등)을 리모델링하거나 철거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석면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개인이 임의로 철거하거나 파손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 과거 석면 관련 직업에 종사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흉부 X-ray 등 건강 검진을 받아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금연: 흡연 자체가 악성중피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석면에 노출된 사람이 흡연을 할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석면피해구제법을 통해 석면으로 인해 악성중피종 등 건강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의료비와 생활 수당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과거 석면 노출 이력이 있고 관련 질병으로 진단받았다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석면피해구제센터를 통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악성중피종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질병입니다. 긴 잠복기 끝에 찾아온 고통에 절망하기보다, 발전하고 있는 현대 의학의 힘을 믿고 전문 의료진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알려드린 정보가 악성중피종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분들에게 작은 희망과 길잡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