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살 최고령 아파트, ‘재개발의 벽’ 앞에 선 충정아파트의 한숨

충정아파트 – 한국 최초, 최고령 ‘살아있는 근대유산’의 현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충정아파트는 1937년 일제강점기 준공된 국내 최장수 아파트로, 현재까지 89년 동안 원주민 일부가 거주 중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한국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는 일제시대엔 ‘도요타아파트’란 이름으로 불리다 해방 이후 미군 숙소, 6·25 뒤 유엔 전용호텔 등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왔다. 천재화가 김환기의 주거지, 넷플릭스 ‘스위트홈’ 실사 모델 등 문화적 가치도 많지만, 실상은 심각한 노후화에 시달리는 현장 그 자체다.
현재 이 건물엔 33가구, 50여 명(2025년 기준)이 남아 있는데, 외벽은 초록 페인트가 벗겨져 곳곳이 심하게 갈라지고, 내부 계단은 깨지고 복도 천장이 붕괴되는 등 주거안전의 기준선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밤마다 벽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는 주민들의 불안이 이날에도 이어진다.

“철거 판정…그러나 재개발은 제자리” – 사업 현실과 장애 요인
서울시는 2022년 충정아파트에 대해 철거 결정을 내렸고,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즉각 개축·사용 금지’등급(E등급)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 서대문구는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SH 임대주택 등 임시 거처 지원을 시작했다. 실제로 2026년 철거 예정이 잡혀 있지만,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마포로5구역 제2지구)은 좀처럼 추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시공사 선정 실패’. 2025년 5월 1차 입찰은 아무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고, 이후 보증금을 기존 80억→40억 원으로 대폭 낮춰 재공고한 2차 입찰에도 건설사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올 8월 9일, 조합은 다시 총회를 개최하지만 현실적 사업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초역세권·역사적 가치에도 외면”…대형 건설사의 선별수주와 수익성 한계
충정아파트는 충정로역 9번 출구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초역세권 입지다. 그러나 총 192가구 주상복합 시설(총사업비 1,314억원)로 변모하는 재개발 규모가 비교적 작아, 시장 침체와 건설업계의 ‘선별수주’ 기조가 겹치며 외면받고 있다. 강남·서초 등 대형 사업에만 집중하는 추세, 인근 지역의 보상금 문제, 5층 불법증축 등 보상금 지급 불확실성, 미래유산 보존 요구도 시공사들의 참여 부담을 키운다.
특히 최근의 고금리·건설 경기 침체는 중견 건설사마저 수익 기대가 없는 사업을 피하게 만들었고, 문화재·지하 기반시설 발견 시 공사비 급증 등 불확실성도 사업 일정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하 시설 또는 문화재 발견 시 현재 평당 980만원인 공사비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불안과 도시정비의 숙제 – 안전, 이주지원, 미래의 과제
현재까지 사업 정체로 인해 실제 거주 중인 주민들은 안전과 생활 불편,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 서울시와 구청은 대피 및 임대주택 지원, 장기적으로 2026년 철거와 신규 사업 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공사 선정 지연 시 모든 일정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과 안전 사이에서, 충정아파트의 미래는 대한민국 도시재생이 풀어야 할 핵심 숙제로 재조명 받고 있다. 조합과 행정당국, 건설업계의 현실적 협력과 주민 지원,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FAQ
Q1. 충정아파트 재개발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익성이 낮은 사업 규모, 시공사 선정 실패, 주변 문화재·불법 증축 등 각종 리스크,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참여 기피가 주요 원인입니다.
Q2. 충정아파트는 안전 기준에 부합하나요?
아닙니다. 정밀안전진단 E등급, 즉각 사용 금지 수준으로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 대피령과 철거 판정이 이미 내려진 상태입니다.
Q3. 주민들의 이주 지원과 철거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서대문구와 서울시는 SH 임대주택 등 임시 거처 제공을 추진 중이며, 2026년 철거를 계획하고 있으나 시공사 확보 지연 시 일정 또한 늦어질 수 있습니다.
Q4. 향후 충정아파트 재개발 사업 전망은?
시공사 확정, 사업성 개선책, 정책 지원 등이 뒷받침되어야 추진력이 붙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사업 정체와 주민 불안이 지속될 수 있으나, 행정·업계·주민이 협력할 경우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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