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서 숨쉬는 전략 전력, SL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적의 해안 가까이 은밀히 접근해 기습적으로 핵탄두나 고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육상에 배치되는 ICBM과 달리 발사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고, 바다라는 환경 덕분에 탐지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SLBM은 현대 핵 억제 전략에서 ‘제2격 능력’을 담당하며, 핵전쟁 상황에서도 보복 타격을 보장하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SLBM 전력을 보유한 주요국들의 기술을 주목해 왔으며, 2021년 마침내 독자적인 개발에 성공해 세계에서 8번째 SLBM 보유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도산안창호함, 한국 잠수함 기술의 결정체
SLBM 탑재 플랫폼이 되는 도산안창호함(KSS-Ⅲ Batch-I)은 3,000톤급 잠수함으로, 한국이 설계·건조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 만든 첫 중형급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입니다. 이 함정에는 6기의 수직발사관이 탑재되어 있어 국산 SLBM을 운용할 수 있으며, 최신 소나 시스템과 저소음 설계로 은밀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장착해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며, 해상작전 지속 능력에서 기존 장보고급 잠수함을 크게 능가합니다. 이 함정의 등장은 한국 해군의 작전반경을 확장시키고, 동북아 해양 안보 환경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SLBM 시험 발사와 세계 8번째 기록
2021년 9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해군은 도산안창호함에서 국산 SLBM의 수중 발사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이 시험 발사 장면은 청와대 상황실로 생중계되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참관했습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수중에서 콜드 런치 방식으로 사출된 후 공중 점화되어 목표 지점에 명중했으며, 이는 한국이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북한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 SLBM 개발국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기존 SLBM 보유국 대부분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성과는 재래식 탄두 기반이지만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큽니다.
북한의 위협과 SLBM의 전략적 가치
한국의 SLBM 개발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신포급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한 ‘북극성’ 계열 SLBM을 시험한 바 있으며, 한반도 안보 지형에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의 SLBM은 재래식 탄두를 사용하더라도 정밀 유도 기술을 통해 지하 벙커, 지휘소, 미사일 기지 등 전략 목표를 파괴할 수 있어 억제력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선제공격뿐만 아니라, 보복 타격 옵션을 다양화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SLBM 기술의 핵심 – 은밀성과 생존성
SLBM의 가장 큰 장점은 발사 플랫폼인 잠수함의 은밀성과 생존성입니다. 바다는 전파나 레이더 신호가 닿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탐지가 매우 힘들고, 전략 잠수함은 수개월 동안 해저에서 은밀히 작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SLBM은 콜드 런치 방식을 채택해 잠수함의 발사관을 보호하고, 발사 순간 위치 노출 위험을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정밀 타격을 위한 GPS·관성항법 복합유도 기술을 적용했으며, 목표 명중 오차를 수 미터 이내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SLBM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정확도입니다.
주변국의 반응과 향후 전망
한국의 SLBM 개발 성공 소식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관심을 즉각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SLBM 전력 보유가 동북아 해군력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고, 중국 또한 한국의 해양 전략 능력 확장을 경계하는 기조를 보였습니다.
향후 한국은 KSS-Ⅲ Batch-II 사업을 통해 배수량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발사관 수도 1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사거리와 정확도를 향상시킨 차세대 SLBM 개발도 진행 중이며, 이는 한국 해군의 억제력과 전략 기동성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