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 신경계까지 침범해 장기적인 고통을 남길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어릴 적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로, 수두에서 회복된 뒤에도 이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한다. 평소에는 면역체계가 이를 억제하지만, 스트레스, 피로, 고령,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매년 약 70만 명에 달하며,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여름철은 기온 변화와 습도, 냉방기 사용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시기여서 환자 수가 늘어난다.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발진보다 통증이 먼저다. 주로 몸 한쪽 부위에 찌르는 듯한 통증, 작열감, 감각 이상이 나타나며, 수일 내 해당 부위 피부에 붉은 발진과 물집이 생긴다. 발진은 보통 2~4주 내에 사라지지만, 문제는 후유증이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다. 이는 피부 병변이 치유된 뒤에도 바이러스가 손상한 신경이 계속 통증 신호를 보내면서 발생한다. PHN은 환자의 약 10~20%에서 나타나며, 특히 60세 이상에서는 발병률이 50%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통증은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지속될 수 있고, 일상생활·수면·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드물지만 심각한 합병증도 있다. 눈 주변에 발진이 생기는 ‘안대상포진’은 시력 저하나 실명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귀 주변에 발생하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은 안면 신경 마비와 청력 손실을 남긴다. 또한 면역 저하 환자에서는 바이러스가 뇌로 퍼져 뇌염, 뇌수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발진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후유증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기 치료는 통증 완화와 회복 속도뿐 아니라 PHN 발생률도 낮춘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세 이상 성인, 면역저하 환자, 대상포진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을 권장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 두 종류가 있으며, 불활성화 백신은 면역저하 환자도 접종이 가능하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수면,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적절한 운동은 면역력을 강화해 재발 가능성을 줄인다. 과도한 음주·흡연, 만성 스트레스는 피해야 하며, 당뇨·고혈압·암 등 기저질환 관리도 필수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기 사용으로 실내외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 장시간 냉방기 사용을 피하고, 실내 습도와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상포진은 한 번 걸리면 끝이 아니라, 재발과 후유증 가능성이 상존한다. ‘통증이 심하지 않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기 진단·치료와 함께, 평소 면역력을 지키는 생활습관, 그리고 예방접종이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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