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병대, ‘네메시스’로 중국 잠수함 길목 봉쇄
미국 해병대가 해군과 함께 ‘네메시스(Nemesis)’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시스템을 활용해 중국에 대한 해상 봉쇄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유사시 중국 핵잠수함이 오가는 전략 해역인 바시 해협과 오키나와 열도 일대를 수중에서 봉쇄하는 작전 계획의 일환으로, 미 해병대가 수중 차단 임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한 첫 사례다.
미 해병대는 전통적인 신속 대응·상륙 작전 부대에서 대중(對中) 포위 작전 부대로의 재편을 추진 중이며, 이번 훈련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필리핀·일본 해역에서의 연합 훈련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제31 해병 원정대는 8월 초부터 필리핀 바시 해협과 일본 미야코 해협 인근에서 중국 잠수함 기동 차단을 목표로 한 대규모 훈련을 전개했다.
훈련에는 ‘조지 워싱턴’ 항모 타격전단, 일본 해상자위대, 영국 해군 항모 전단이 함께 참여했다. 특히 미 해병대는 ‘아메리카’ 강습상륙함을 거점으로 오스프리 틸트로터 수송기를 활용, 수중 청음 장비를 투하해 잠수함 탐지 작전을 지원했다.

오스프리로 투하된 능동·수동 소부이
이번 훈련에서 주목할 점은 오스프리 수송기가 능동(ANSQ-62)과 수동(ANSQS-53) 소부이를 직접 투하했다는 사실이다. 오스프리는 원래 전투용 해상 작전기처럼 전용 투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후방 램프를 통해 장비를 투하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투하된 소부이는 중국 잠수함의 위치와 움직임을 탐지했고, 이 데이터는 실시간 데이터 링크를 통해 인근 미 해군 구축함, 해상 초계기, 항모 전단으로 전달됐다. 이는 미 해병대가 독자적으로 수중 기동 차단에 직접 관여한 첫 기록으로 평가된다.

다영역 임무 부대로의 전환
그동안 해병대의 역할은 주로 상륙과 지상전 지원에 집중돼 있었으나, 이번 훈련은 해병대가 해상·수중 작전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오스프리는 해상 작전 헬기보다 속도가 빠르고 적재량이 많아, 더 많은 소부이를 신속하게 투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능력은 네메시스 시스템과 결합돼, 단순 봉쇄를 넘어 수중 감시·차단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영역 작전 능력을 부여한다. 이는 향후 미 해병대의 작전 교리와 장비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미·일·영 연합 항모 전단의 시너지
훈련에는 미국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 일본 ‘카가’, 영국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항모가 참가했다. 각 항모 전단은 자국의 해상작전 헬기와 구축함을 투입해 소부이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중국 잠수함의 접근 경로를 차단하는 모의 작전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미·일·영 간 데이터 링크 및 멀티스태틱 소나 운용 기술이 결합돼, 다국적 연합 작전의 상호운용성을 검증했다. 특히 영국 항모는 일본 요코스카에 기항해 인도·태평양에서의 지속적인 작전 능력을 과시했다.

중국 잠수함 봉쇄의 전략적 의미
바시 해협과 미야코 해협은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주요 경로다. 미 해병대의 이번 훈련은 유사시 해당 해역을 신속히 봉쇄해 중국 전략 잠수함의 작전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수중 버전의 첫 네메시스 작전’으로 평가하며, 향후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다영역 봉쇄망을 강화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상륙작전 위주의 해병대 이미지를 탈피해, 해양·공중·수중을 아우르는 다기능 전력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일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