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에서, 완전 채식 또는 비건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약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고 식물성 식품 위주로 구성된 식단이 암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연구에서는 특히 대장암과 유방암 같은 서구형 식습관과 관련이 깊은 암에서 위험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비건 식단이 체내 염증 수치를 낮추고, 발암물질 노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발암물질 노출 감소 효과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및 2A군 발암물질로, 장기간 섭취 시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비건 식단은 이러한 육류 섭취를 완전히 배제하므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 헤마철,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의 체내 축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고온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화합물에 노출될 가능성도 낮다.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섭취함으로써 체내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섭취량이 늘어난다.

항산화 성분과 염증 억제
비건 식단은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이들은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DNA 변이를 억제해 암세포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또한 식물성 식품에는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과 같은 항염증 성분이 들어 있어 만성 염증을 완화한다.
암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서 염증은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염증 억제는 암 예방의 핵심 기전 중 하나다. 꾸준한 채식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비정상 세포를 조기에 제거하는 능력도 높인다.

체중 관리와 호르몬 조절
비건 식단은 자연스럽게 칼로리 밀도가 낮고 포화지방 섭취가 줄어 체중 관리에 유리하다. 비만은 여러 종류의 암, 특히 유방암·자궁내막암·대장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비만 상태에서는 체내 에스트로겐과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수치가 높아져 암세포 성장 환경이 조성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은 이러한 호르몬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며,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해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또한 장내 미생물 구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발암성 대사산물 생성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건강한 비건 식단 실천을 위한 조건
비건 식단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더라도, 영양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단백질은 두부, 콩류, 견과류, 퀴노아 등으로 보충하고, 비타민 B12와 오메가-3 지방산은 보충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가공된 채식 가공품은 나트륨과 첨가물이 많을 수 있으므로 최소화하고, 가급적 신선한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절주를 병행하면 비건 식단의 암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균형 잡힌 비건 식단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건강 관리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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