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와인 섭취는 심장 건강에 이롭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레드 와인은 폴리페놀, 레스베라트롤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은 어디까지나 ‘아주 적은 양’과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잠들기 직전에 와인을 마시는 습관이 심혈관계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음주의 시간대와 알코올 대사 과정이 수면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수면 중 심장 박동 변화
와인을 포함한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박수를 높인다. 낮 시간대에 소량 섭취하면 심장이 안정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잠들기 직전에 마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면 중에는 심박수가 떨어지며 심장이 휴식 상태에 들어가야 하는데, 알코올이 이를 방해해 심장이 계속 높은 활동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심장 근육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는 심장 기능 저하나 부정맥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부정맥과 혈압 상승 가능성
잠들기 전 와인 한 잔이라도, 알코올이 심장 전기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은 혈액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혈전 생성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또한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듯 보이지만, 몇 시간 후에는 반동 효과로 혈압을 상승시킨다. 야간 혈압 상승은 낮보다 심혈관계 부담이 더 크며, 아침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수면 질 저하와 심장 부담
알코올은 쉽게 잠들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깊은 수면 단계인 렘수면과 서파수면 비율을 줄인다. 이는 회복 기능이 떨어지는 얕은 수면을 길게 만들고, 심장과 혈관의 회복 시간을 빼앗는다. 게다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관 수축 반응이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서서히 누적된다. 결국 ‘밤에 와인 한 잔’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실제 심장에는 불필요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안전한 와인 섭취 습관
전문의들은 심장 건강을 위해서는 와인을 포함한 알코올 섭취를 저녁 식사와 함께, 잠들기 최소 3~4시간 전에 끝내는 것을 권장한다. 하루 권장량은 여성의 경우 와인 한 잔(약 120ml), 남성은 최대 두 잔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주 2~3회 이하로 제한해 간과 심혈관계에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심장 질환 병력이 있거나 부정맥,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적당한 음주’라는 개념 자체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아예 음주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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