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 이동 중 벌어진 황당한 사건
미 공군에서 전투기 체험 비행을 하던 승객이 지상 이동 중 갑자기 ‘비상탈출’을 해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매사추세츠주 반스 주방위군 공군기지에서 제104 전투비행단 소속 F-15D 이글 전투기가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서 이동하던 중 발생했다.
보통 비상탈출은 고도와 속도가 높은 상황에서만 시행되는데, 이번처럼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실행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뒷좌석 승객, 하늘로 치솟다
사고 당시 전투기의 캐노피가 순식간에 열리며 뒷좌석에 있던 승객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듯 탈출했다. 이후 촬영된 영상에는 뒷좌석 승객과 캐노피가 사라진 채 연기가 피어오르는 전투기의 모습이 확인됐다.
바닥에 떨어진 승객은 몸을 끌며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승객은 조종사가 아닌 장교 신분으로, 공군의 사기 진작 프로그램 차원에서 진행된 ‘인센티브 체험 비행’에 참가하고 있었다.

체험 비행의 전통과 위험성
미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가 아닌 군 장교, 기술자, 또는 특정 공적을 세운 민간인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전투기 체험 비행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를 ‘인센티브 비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번처럼 비상탈출 장치가 오작동하거나, 승객이 실수로 작동시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상탈출 장치는 극한 상황에서 조종사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의도치 않은 작동은 기체에도 큰 손상을 주고 승객 생명에도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0고도·0속도의 탈출, 왜 위험한가
전투기 비상탈출 장치는 고속·고고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설계됐다. 로켓 모터가 좌석을 빠르게 밀어내고 낙하산이 전개되면서 조종사의 생존 가능성을 최대화한다.
그러나 속도와 고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기 어려워 착지 충격이 그대로 인체에 전달될 수 있다. 이번 사고의 승객이 큰 부상을 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비상탈출 시스템의 설계 한계를 다시 짚게 만든 사례”라고 분석한다.

프랑스 라팔에서도 비슷한 사고
사실 이러한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지만 전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프랑스 공군의 라팔 전투기에서도 이륙 직후 뒷좌석 체험 비행에 나섰던 민간인이 갑작스럽게 비상탈출 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민간인이 충격과 공포 속에 의도치 않게 탈출 레버를 당긴 것으로 추정됐고, 다행히 큰 부상은 면했다. 전문가들은 “승객 탑승이 늘어나는 체험 비행 특성상, 향후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종석 안전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 공군의 대응과 향후 과제
현재 미 공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레버 오작동인지, 승객의 조작 실수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군은 승객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기체 손상과 조종사 안전 문제로 인해 해당 부대 전반에 안전 관리 강화 지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안전과 체험의 경계”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군은 사기 진작과 대외 홍보 차원에서 체험 비행을 이어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승객 안전 확보와 조종석 조작 장치 보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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