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알려진 ‘1주일 분’ 탄약설
대한민국 군사력에 대해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군의 탄약은 전쟁이 나면 일주일 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외부 군사 분석 기관이나 일부 언론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확산된 인식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전쟁 지속 능력에 치명적 취약점을 가진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한 탄약 부족 문제가 아니라 작전 개념과 계산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비 탄약과 실제 보유량의 차이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군이 보유한 포탄의 총량은 결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155mm와 105mm 포탄을 합쳐 600만 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10만 발을 쏴도 수개월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보고서에서 “한국은 1~2주 치 탄약만 보유했다”고 발표하는 이유는, 예비 탄약 투입 계획 때문이다.
한국군은 실제 전쟁 발발 시 초반에 압도적 화력으로 북측 전력을 무력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따라서 예비 탄약 사용량을 하루 수십만 발 단위로 책정한다. 이 경우 계산상 1주일 만에 탄약이 소모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1주일 분’은 전략적 계산 결과
즉, “1주일 분 탄약”이라는 말은 한국군의 총 보유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작전 계획상 전투 개시 초기 일주일 동안 모든 화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지표에 가깝다.
한국군은 개전 초기 7일간 하루 평균 100만 발에 달하는 포탄 소모를 상정하며, 이때 북한의 주요 전력 특히 장사정포와 지휘·통제 시설,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탄약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몰아 쓰도록 계획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의 비교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는 이 논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의 장기 소모전에서 한 달에 15만 발 수준의 포탄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군의 하루 예상 소모량은 우크라이나 한 달치 사용량보다 훨씬 많은 100만 발 수준이다. 이는 전면전에서 단기간 내 승부를 내려는 한국의 전략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처럼 장기간의 교착전을 상정하기보다, 초반 압도적 화력 투사로 전세를 결정짓겠다는 판단이다.

방산 강국이면서도 나타나는 오해
한국은 이미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으로, 포탄과 자주포, 다연장 로켓 분야에서는 세계적 강자로 평가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산 포탄이 미군을 통해 대량 지원되면서, 전장의 양상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탄약 부족”이라는 인식이 반복되는 이유는, 외부 기관이 한국군의 전략적 운용 방식을 단순 보급 지표로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필요 시 국내 대규모 생산 라인을 즉시 가동해 보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필요한 것은 ‘장기전 대비’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한국군이 초반 압도 전략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탄약 고갈’ 우려는 현실이 된다. 따라서 군사 전문가들은 ▲국내 생산 라인 확충 ▲전략 비축량 확대 ▲동맹국과의 공동 비축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 소모전은 결국 산업 생산력과 보급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한국이 방산 수출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자국 방어를 위한 비축 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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