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이 국내 아동·청소년보다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민하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한 전국 단위 코호트 연구를 통해,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위험이 국내 아동·청소년보다 약 1.3배 높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국제 학술지인 JAMA Network Open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북한이탈 아동·청소년 1,618명과 국내 아동·청소년 30만 8천여 명을 성별과 연령에 맞춰 1:10 비율로 매칭해 최대 1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주요우울장애(MDD),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게 나타났다. 성별, 연령, 소득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22년 성인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분석에서 성인 북한이탈주민은 국내 일반 성인보다 정신질환 위험이 약 2.1배 높게 나타났으며, 이번 아동·청소년 대상 연구에서는 성장 과정에서 환경적 요인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특히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경우 정착 초기 2년뿐 아니라 최대 15년 이상 장기간 추적 관찰에서도 위험 격차가 유지되는 것으로 드러나, 단기적인 적응 문제가 아닌 구조적 위험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홍민하 교수는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사회·정치적 환경이 전혀 달라 정신건강 측면에서 취약성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실제로 정신질환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향후 난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 의료 및 교육 정책 마련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다문화 가정 및 북한이탈주민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이번 성과는 국내 최초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발생 양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결과는 북한이탈 청소년을 포함한 난민 아동·청소년 집단의 정신건강 취약성을 이해하고,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사진1] 정신건강의학과_홍민하 교수 진료사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8/CP-2023-0441/image-586c6bf1-e67e-4204-891f-72a3a8ee2921.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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