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m 지하에 매몰된 한 남자, 희망의 시작 ⛏️
1967년 8월 22일 오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발생한 갱도 붕괴 사고는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갱도는 금을 캐내기 위해 1000m까지 뚫려 있었고, 매 125m마다 양수기를 설치해 물을 퍼내는 구조였다. 바로 그 지하 125m 지점에서 양수기를 관리하던 한 남자, 36세 광부 양창선 씨가 홀로 매몰됐다. 탈출로가 없던 그는 어둠 속에 고립되며 죽음과 맞서야 했다.

생존 본능과 해병대 출신의 끈기 💪
양씨는 황해도 출신으로 1·4 후퇴 때 월남해 해병대 통신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었다. 전쟁 중에도 굶주림과 공포를 견뎌낸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지하 125m, 빛조차 닿지 않는 공간에서 추위와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는 해병대 시절 훈련과 전투 경험에서 길러진 끈기로 버텼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다 💡
갇힌 지 사흘째, 그는 갱도 속에서 망가진 전화기를 발견했다. 통신병 경험을 살려 직접 수리한 끝에 지상과의 연락에 성공했다. 이어 전선 두 가닥을 전화선으로, 두 가닥을 전기로 연결해 백열전구 불빛을 밝혀냈다. 추위에 떨릴 때는 전구를 품에 안고 몸을 데웠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하루에 맥주컵 한 컵 정도만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음식은 전혀 없었지만, 배고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감각해졌다.

전 국민이 지켜본 생존 드라마 📢
그의 고립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은 연일 사건을 보도했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였다. 매몰 9일째에는 미군까지 투입돼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탰다. 부인은 매일 절에 들러 남편의 생환을 기도했다. 온 국민의 염원 속에서 양씨는 16일간 사투를 벌였다. 368시간 만에 구출되는 순간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기적 같은 구조의 순간 🙌
구조팀은 갱도에 묻혀 있던 양수 파이프를 찾아내 구멍을 넓히고, 두 가닥의 줄을 내려 보냈다. 양씨는 그 줄에 몸을 묶고, 마치 그네처럼 매달려 지상으로 올라왔다. 1967년 9월 6일, 대한민국은 세계 최장 시간 매몰 생존자 기록을 갖게 됐다. 이 기록은 훗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377시간 만에 구조된 박승현 씨가 나오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남다 🌟
구출 당시 62kg이던 체중은 45kg으로 줄었지만, 양씨는 직접 걸어 나올 수 있을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통령, 국민, 언론계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후에도 1년간 광산에서 감독으로 일했으며, 취미였던 낚시에 몰두하며 사고의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현재 그는 충남 부여에서 생을 이어가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