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를 강타한 장거리 드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가 러시아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8월 14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 아파트 단지가 공격을 받으며 긴장이 고조됐다. 이번 공격에는 UJ-22와 유사한 비행기형 장거리 드론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드론은 건물 외벽에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고, 그 장면은 현지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이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인근 건물과 주거 시설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지역을 직접적으로 타격한 이번 사건은 러시아 내부에 심리적 충격을 가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벨고로드·볼고그라드까지 확산된 공격
같은 날 러시아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에서도 드론 자폭 공격이 이어졌다. 차량이 교차로를 지나던 순간 드론이 차량을 직격했고, 폭발의 충격으로 차량은 문이 열린 채 수십 미터를 더 주행하다 멈췄다. 현장에 있던 군인들이 즉각 구조에 나서며 추가 피해는 막았지만, 러시아 내륙 깊숙이 드론이 침투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러시아 중부 볼고그라드주 정유소에서도 드론 잔해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석유 유출까지 겹치며 진화 작업은 장시간 이어졌고,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러시아, 90대 드론 격추 주장
러시아 국방부는 이틀 동안 90대 이상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보로네시 지역에서는 방공망이 가동돼 9대의 드론을 차단했으나, 일부는 철도역을 타격해 기술자 1명이 부상을 입었고 철도 운행에도 일시적인 차질이 빚어졌다. 러시아 당국은 즉각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대규모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러시아 방공망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방어에 성공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피해는 곳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까지 드론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미·러 정상회담과 맞물린 드론 공세
일부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공세가 당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드론 공격이 있던 다음 날인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이 열렸다. 두 정상은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공세적 행보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해당 영상을 적극 활용해 미국 내 여론과 정치적 움직임을 흔들려는 의도 역시 감지된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의도
이번 드론 공세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전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행위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의 군사 기지뿐 아니라 에너지·교통 인프라 등 군수·경제 기반 시설을 공격 목표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정유소, 철도, 아파트 등 민간과 군수 시설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러시아 전역은 혼란에 빠졌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미사일 제조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으며,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점령지를 확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후방 깊숙이 타격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세계에 입증한 사례로, 향후 전쟁의 양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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