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열 원인 및 증상 복막염 패혈증 유발하는 극심한 복부 통증

건강한 삶을 리뷰하는 Heeee 2025.08.21 조회수

배 안에 시한폭탄이 터졌다! 1분 1초가 생명인 ‘장파열’의 모든 것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복통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만약, “배 안에 칼을 꽂고 비트는 듯한, 숨조차 쉴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시작되었다면 어떨까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배는 딱딱한 판자처럼 굳어지며,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 이것은 절대 단순한 배탈이나 소화불량이 아닙니다.

우리 복부 안에서 소화와 배설을 담당하는 장(腸)에 구멍이 뚫리는, 그야말로 배 속의 시한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응급상황, 장파열(Bowel Rupture/Perforation)일 수 있습니다. 장파열은 1분 1초의 지체가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위중하고 치명적인 외과 질환입니다.

오늘은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장파열이 왜 생기는지,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119를 불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A부터 Z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것이 당신과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장에 구멍이 뚫리면 왜 위험할까요? (장파열의 원리)

장파열의 위험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복부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배 안, 즉 복강(Abdominal cavity)은 원래 세균 한 마리 없는 매우 깨끗한 무균실과도 같습니다. 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대변을 만드는 장(Intestine)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 일종의 하수 처리관이라고 할 수 있죠.

장파열은 바로 이 ‘하수 처리관(장)’이 터져, 그 안에 있던 수억 마리의 세균과 소화 중인 음식물, 대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깨끗한 ‘무균실(복강)’ 안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태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재앙과 같은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복막염 (Peritonitis):

복강 전체가 세균에 감염되어 극심한 염증 반응이 일어납니다. 복막염은 장 마비를 일으키고, 염증 물질을 뿜어내며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무너뜨립니다.

패혈증 (Sepsis):

복강 내의 세균들이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전신 감염 상태에 빠집니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패혈성 쇼크), 주요 장기(심장, 폐, 신장 등)들이 기능을 멈추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장파열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멀쩡하던 장은 왜 터지는 걸까요? (주요 원인)

장파열은 크게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한 ‘외상성 장파열’과,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이 악화되어 발생하는 ‘비외상성 장파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외상성 장파열

교통사고 및 추락: 자동차 핸들이나 안전벨트에 복부가 강하게 압박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받는 충격으로 인해 장이 파열될 수 있습니다.
자상 및 총상: 칼이나 뾰족한 물체에 찔리거나, 총상을 입는 등 날카로운 물체가 복벽을 뚫고 들어가 장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히는 경우입니다.

2. 비외상성 장파열 (질병에 의한 파열)

외상 없이도, 우리가 앓고 있던 질병이 장벽을 약하게 만들어 파열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소화성 궤양 천공: 위산 과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으로 생긴 위 또는 십이지장 궤양이 점점 깊어져 결국 장벽에 구멍을 내는 경우입니다.
급성 충수염(맹장염) 천공: 맹장염 초기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방치하면, 염증으로 인해 충수돌기가 퉁퉁 붓다가 결국 터져버리는 경우입니다.
게실염 천공: 장벽 바깥쪽으로 작은 주머니(게실)가 생기는 게실염이 심해져, 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고 터지는 경우입니다.
대장암: 암 덩어리가 장벽을 침범하여 약하게 만들거나, 암이 장을 완전히 막아 장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암의 앞부분이 터지는 경우입니다.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만성 염증으로 인해 장벽이 약해져 파열될 수 있습니다.
장폐색: 장이 꼬이거나 막혀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면, 막힌 부분의 앞쪽 장 내부 압력이 계속 높아지다가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게 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 이럴 땐 즉시 119!

장파열의 증상은 매우 급작스럽고 극심하게 나타납니다. 다음 증상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절대 ‘좀 참아보자’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즉시 119에 연락하여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장파열의 핵심 응급 신호

벼락 치듯 시작되는 극심한 복통: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칼로 찌르는 듯”,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시작됩니다.
딱딱하게 굳는 배 (판자처럼 단단한 복부): 복강 내 염증으로 인해 복부 근육 전체가 강하게 수축하여, 배를 만졌을 때 마치 딱딱한 판자처럼 느껴집니다.
움직일 수 없는 통증: 기침을 하거나,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너무 심해져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고열, 오한, 빠른 맥박: 전신에 염증이 퍼지면서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이 동반되고,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뜁니다.
창백한 얼굴과 식은땀: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 상태의 초기 증상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시간을 다투는 싸움 (진단과 치료)

응급실에 도착하면, 장파열 진단과 수술 결정은 그야말로 시간을 다투며 진행됩니다.

진단 과정

신체 검진: 의사가 환자의 복부를 눌러보며 통증의 위치와 강도, 복부 경직 여부를 확인합니다.
혈액 검사: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는지(감염), 염증 수치는 어떤지 등을 확인합니다.

영상 검사:

단순 복부 X-ray 촬영: 가장 빠르고 기본적인 검사입니다. 장에 구멍이 생기면 장 속의 공기가 복강 내로 새어 나오는데, 이 ‘자유 공기(free air)’가 X-ray 사진에서 관찰되면 장파열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복부 CT 촬영: 장파열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아주 적은 양의 자유 공기까지 찾아낼 수 있으며, 구멍이 난 위치는 어디인지, 복강 내 오염은 얼마나 심한지, 농양이 형성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수술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치료: 응급 개복 수술

장파열은 약물로는 절대 치료할 수 없으며, 진단 즉시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수술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1. 오염원 차단 (구멍 막기)

2. 복강 세척 (오염물질 제거)

3. 손상된 장 처리

수술 과정:

전신마취 후, 외과 의사가 배를 여는 개복 수술(Laparotomy)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장에서 구멍이 난 부위를 찾아, 클립 등으로 막아 더 이상의 오염을 막습니다.
수 리터의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복강 구석구석에 퍼진 오염물질과 고름을 깨끗하게 세척(lavage)합니다.
오염의 원인이 된 장을 처리합니다. 구멍이 작고 주변 조직이 건강하다면 구멍을 꿰매는 일차 봉합술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거나 조직 손상이 크다면, 해당 부위를 포함한 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장 절제술을 시행하고, 건강한 장의 양 끝을 다시 이어주는 문합술을 합니다.
염증이 너무 심해 장을 바로 잇기 어려운 경우, 혹은 항문 근처의 직장이 파열된 경우에는 복벽에 장루(인공항문)를 만들어 임시로 대변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고, 나중에 염증이 가라앉으면 장루를 다시 복원하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수술 후의 삶 (회복과 관리)

장파열 수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수술 후 회복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집중 치료: 수술 후에는 보통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 됩니다. 강력한 항생제를 정맥으로 투여하여 남아있는 감염을 치료하고, 쇼크 상태를 교정하며, 전신의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를 합니다.
영양 공급: 수술 후에는 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며칠간 금식(NPO)을 유지하며, 정맥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습니다. 이후 가스가 나오기 시작하면 물부터 시작하여 미음, 죽, 밥 순서로 서서히 식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장기 회복: 퇴원 후에도 수개월에 걸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외래를 방문하여 상처를 확인하고, 몸의 회복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장루를 가지고 퇴원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장루 간호 교육을 받게 됩니다.

장파열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복통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빠른 판단과 행동이 생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