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빙기에 서식했던 동물들의 뼈가 노르웨이 동굴에서 대량 발굴됐다. 약 11만5000년 전에서 1만1500년 전까지 이어진 최종 빙기의 비밀을 풀 중요한 발견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및 영국 본머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종 빙기가 한창이던 약 7만5000년 전 생존한 여러 동물의 뼈가 노르웨이 북부 동굴 내부의 지층에서 나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금까지 분석에서 뼈들은 조류 23종, 포유류 13종, 어류 10종 등 46종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빙하기 북극권에 이처럼 다양한 동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발굴 성과는 지금껏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과거 이곳에는 얼음이 없고 호수와 강이 흘러 바다와 육지 생태계가 만난 듯하다”며 “빙하가 수차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한 최종 빙기 중에는 생명체들이 살 만한 온난한 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견은 빙하기 북극 지방 생태계를 엿볼 귀중한 자료를 얻게 해줬다”며 “1990년대 광산을 굴착하다 우연히 발견된 동굴 내부의 퇴적암에 잠든 동물들의 뼈는 최종 빙기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분석 결과 동물의 뼈는 바다제비와 오리, 큰까마귀, 솔개, 말똥가리, 두루미, 뇌조 등 조류와 멧토끼, 순록, 북극여우, 늑대, 북극곰, 물범, 바다코끼리, 쇠돌고래, 북극고래, 대왕고래 등 포유류로 구성됐다. 어류 중에는 민물고기도 포함돼 당시 이 지역에 호수나 강이 존재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연구팀 눈길을 끈 것은 북극에 서식하는 설치류 북극레밍의 뼈다. 이 소형 포유류는 현재도 북극권에 분포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그 흔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렇게 다양한 동물이 같은 지역에 공존한 것은 약 7만5000년 전 최종 빙기임에도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음을 의미한다”며 “북극의 낙원은 다시 얼음에 뒤덮였고, 한랭화가 심해지자 동물들은 발이 묶여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뼈들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며 “최종 빙기의 멸종은 한랭화가 원인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재난은 온난화다. 현대의 기후변화는 빙하기보다 훨씬 빠르므로 지구의 미래를 위한 활동은 곧바로 실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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