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본격적인 수주 경쟁 돌입
한국군이 미래 전장의 핵심 무기 체계로 꼽히는 전자전기 국산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총 1조8천억 원 규모로 책정되었으며, KAI와 한화시스템이 손잡은 진영과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이 연합한 컨소시엄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자전기는 적 레이더와 통신망을 무력화시켜 전투기와 지상군, 해군 전력이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하늘 위 전자 방패’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극소수 국가만이 이 능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은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미군 장비 의존의 끝, 독자 전자전 시대 개막
지금까지 한국군은 독자 전자전기를 보유하지 못해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군의 전자전기를 빌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자전 훈련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는 전시 상황에서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국 정부와 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30년대 중반까지 4대의 전자전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2대는 블록1 단계에서 우선 전력화한 뒤, 나머지 2대는 성능을 대폭 보강한 블록2 형태로 배치된다. 특히 이번 전자전기는 외국산 중형 민항기를 개조해 스탠드오프 재머로 제작되며, 장시간 고고도에서 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이로써 한국군은 유사시 독자적으로 전자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항공기 설계 경험 내세운 KAI·한화 진영
KAI와 한화시스템은 항공기 개조와 감항 인증 경험을 핵심 무기로 내세운다. 군용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민간 감항 인증을 받아야 안전성이 보장되는데, KAI는 지금까지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기를 포함해 1,000건이 넘는 감항 인증을 획득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국산 민항기를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이번 사업에서 KAI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가 된다.

또한 KAI는 현재 한국형 전투기 KF-21을 개발 중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스탠드오프 재머 개발 경험은 장차 KF-21 기반의 에스코트 재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기술적 연속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라는 논리다. 한화시스템은 센서와 전자 장비 통합 역량을 통해 KAI의 항공기 개조 능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자전 장비 역량 앞세운 LIG넥스원·대한항공
이에 맞서는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컨소시엄은 전자전 장비 기술력과 항공기 개조 경험을 동시에 강조한다. LIG넥스원은 이미 육군 지상 전술 전자전 장비, 해군 함정용 전자전 체계, 전투기용 전자전 장비까지 자체 개발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자전기의 핵심은 적 레이더와 통신 신호를 감지·분석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인데, LIG넥스원은 이 부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대한항공 역시 군용기 개조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을 무기로 내세운다. 과거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다양한 외국산 항공기를 군용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전자전기 개발 과정에서도 항공기 플랫폼 개조와 유지·보수 전반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는 기술력과 운영 경험의 결합으로 안정적인 전력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전자전기의 전략적 의미와 향후 과제
전자전기는 단순한 지원 항공기가 아니라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핵심 무기 체계다. 적의 방공망과 통신 체계를 무력화시켜 아군 전투기가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지상군과 해군 전력의 생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이 이번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전자전기를 확보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하는 동시에 첨단 전자전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해외 기술과의 균형 있는 통합도 필요하다. 또한 장기간 운용을 고려할 때 유지보수 체계와 업그레이드 가능성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수주 경쟁의 승자가 누구든, 이번 사업은 한국 방산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자 동북아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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