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
2020년대 중반 들어 전 세계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저가 공세와 지속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대규모 적자와 현금 흐름 문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국내 주요 기업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은 그간 은행에서 대출받아 운영해온 유동성 자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2025년 기준 4대 대기업의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0조 원에 육박하며, 그중 16조 원가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조달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금융당국, 3~4년 내 구조조정 속도전 촉구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2025년 8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회생을 위한 ‘자구 노력’과 ‘사업 재편’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시장성 차입 14조 원과 해외 발행 증권 2조원은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정부의 단기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을 전달했다.
정부는 일본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하며, 10년에 걸친 일본과 달리 한국은 3~4년 내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 ‘속도전’을 주문했다.

대주주 배당금 7조 원 문제 지적, 책임 강화 시사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10여 년간 대주주들이 챙긴 배당금이 무려 7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구 노력과 금융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이와 함께 금융권 채권단은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 재편 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며 자율협약 체결 조건으로 삼고, 협약 동의가 없으면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금융권 대출 연장에도 긴장감 고조
시중 5대 주요 은행과 국책은행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대출 규모를 연이어 확대해왔지만, 부실화 우려와 건전성 관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은행들은 투자 위험이 높아진 석유화학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 회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선택지도 검토하는 등 경계 태세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금융 지원이 긴축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고, 재무 구조 개선 압박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향후 산업 구조조정과 대응 과제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 효율화, 설비 구조조정, 기술 혁신, 해외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자생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정책적 요구에 직면했다.
법적·재무적 지원도 더 이상 무한정 기대하기 어렵기에, 기업 내부의 혁신과 책임 강화가 숙명적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는 사업 전환도 긴급하다.

업계의 대응 움직임과 전망
일부 기업은 통합 NCC 합작법인 설립, 친환경 신사업 확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모색 중이며, 대주주도 금융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실패하면 대규모 부도와 파급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자력갚기 요구에 직면한 16조 원 빚, 석유화학 산업의 중대한 기로
정부의 ‘빚 스스로 갚아라’ 방침은 단순한 재정 압박을 넘어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제하는 신호탄이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구 노력과 혁신’을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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