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 일대에서 번식하는 철새 슴새는 오직 비행 중에 볼일을 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슴새의 배변은 일정하고 정확한 간격으로 이뤄진다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일본 도쿄대학교 조류학 연구팀은 2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슴새의 독특한 배변 활동 정보들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여름철 한반도와 일본에서 번식활동을 하는 슴새의 생태, 그중에서도 배변 활동에 주목했다. 초소형 관찰 카메라를 슴새 15마리의 복부에 장착한 연구팀은 장기간 촬영된 영상을 회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슴새는 주로 비행 중에 배설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4분 또는 10분 간격의 정확한 리듬에 맞춰 배설하는 점도 확인됐다. 먹이활동을 위해 착수할 때는 절대 똥을 싸지 않고, 변의를 느낄 때는 일부러 하늘로 날아올라 일을 보는 특이한 생태가 파악됐다.
도쿄대 사토 카츠후미 교수는 “서태평양 북부 온대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중형 바닷새 슴새는 몸길이 약 50㎝, 날개를 펼치면 1m 이상인 대형종”이라며 “장거리를 활공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특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소나 인이 풍부한 슴새의 똥은 바다의 영양 순환을 뒷받침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염병을 퍼뜨리는 매개체이기도 하다”며 “이런 중요한 슴새의 배변 활동을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약 36시간 분량의 영상 속 슴새들은 총 195회 배설했다. 개체 대부분 시간당 평균 5.2회 볼일을 봤다. 착수 중의 배설은 단 1회였다. 카메라가 부착된 슴새들은 수면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하다 변의를 느끼면 일부러 날아오른 뒤 다시 착수했다.
연구팀은 슴새들이 에너지를 소비하면서까지 날아올라 배설하는 이유까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날개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또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뿐이다.

사토 교수는 “슴새는 중량으로 환산하면 1시간에 약 30g, 체중의 약 5%에 상당하는 배설물을 빼냈다”며 “동물은 보통 몸에 음식물이 쌓이면 시간마다 배설 간격이 달라지는데, 슴새가 정확한 간격으로 볼일을 보는 것은 먹이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규칙적인 사이클로 진행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교수는 “슴새의 배설 타이밍이나 빈도를 깊이 이해하면 이 새가 퍼뜨리는 감염병의 확대 경로를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전지구측위시스템(GPS)이나 센서를 이용해 한층 규모가 크고 정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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