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는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생리 시스템을 뒤흔드는 반응이다. 그 중심에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외부 자극이 들어오면 뇌는 이 호르몬을 분비해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로 ‘물 마시기’가 언급된다. 단순한 기분 전환일까, 아니면 실제로 생리적 효과가 있을까.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분 부족은 스트레스를 더 민감하게 만든다
몸이 약간만 탈수 상태가 돼도 스트레스 반응은 과도해진다. 수분이 부족하면 뇌에서 신경 전달 기능이 떨어지고, 교감신경이 과하게 자극된다. 이때 외부 자극이 오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되며, 그만큼 코르티솔도 많이 분비된다. 뇌가 생존 위협으로 판단하는 경계 기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특히 물이 부족하면 혈류가 느려지고, 산소 공급 효율이 떨어지면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약화, 감정 기복 증가로 이어진다. 그 결과 아주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신체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채 피로를 느끼게 된다.

물은 자율신경계 균형을 회복시키는 매개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가며,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몸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은 이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체내에 수분이 들어오면 뇌의 시상하부가 자극되고, 부교감신경이 서서히 작동해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는 단순히 물의 온도나 질감 때문이 아니다. 수분 섭취 자체가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를 동시에 자극해 균형을 맞추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안정되고, 맥박이 조금씩 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코르티솔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물을 마시는 것이 코르티솔의 분비량에 실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실험적 근거도 존재한다. 미국 심리학회와 유럽 신경생리학 저널에서 발표된 연구들에서는, 경미한 수분 부족 상태일 때 코르티솔 농도가 평균보다 10~20%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 자극을 받은 직후 수분을 보충했을 경우, 코르티솔 반응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수분 상태는 단순한 갈증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내분비계의 작동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뇌는 물이 공급되면 생리적 위협이 완화됐다고 판단하고, 과도한 호르몬 분비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물 마시는 행위 자체가 뇌를 안정시킨다
물의 화학적 작용 외에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뇌에 심리적 신호를 준다. 컵을 손에 들고, 입에 대고, 삼키는 일련의 행동은 유아기부터 형성된 안정감의 루틴으로 작용한다. 이는 본능적인 반응이며, 뇌는 그 동작을 통해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신호를 받아 긴장감을 낮추게 된다.
무언가를 마신다는 건 생존과 직결된 행동이기 때문에, 뇌는 해당 상황을 ‘위기 상황이 아님’으로 해석하게 된다. 그래서 커피, 음료, 술 등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가장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 결국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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