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고기와 동물성 지방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의 대상이었다. 가공육은 발암물질로 분류되었고, 붉은 고기도 과다 섭취 시 대장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일정 수준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오히려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고기를 단순히 ‘암의 원인’으로만 볼 수 없고, 질환의 단계와 환자의 영양 상태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암 환자의 영양 결핍 문제
암 치료 과정에서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로 인해 체중 감소와 근육 손실이 흔히 발생한다. 이를 ‘악액질(cancer cachexia)’이라고 부르는데, 체중이 급격히 줄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때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은 환자의 에너지원이자 근육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기에서 얻는 아미노산은 근육 합성과 면역세포 활성화에 필요하고, 지방은 고열량을 제공해 체중 유지를 돕는다. 즉, 암 환자에게 고기와 지방은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필수 자원’이 될 수 있다.

동물성 지방의 면역 조절 효과
동물성 지방에는 포화지방뿐 아니라 단쇄·중쇄 지방산, 콜레스테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들 성분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체내 염증이 암 진행을 촉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량의 동물성 지방이 오히려 종양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섭취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일정 수준에서는 항암 과정에 유리한 생리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저탄수·고지방 식단과 암 연구
케톤식이나 저탄수·고지방 식단은 암세포의 성장 억제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지방과 케톤체에는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동물성 지방을 포함한 고지방 식단은 암세포의 성장 속도를 늦추고, 정상 세포의 대사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저탄수·고지방 식단을 병행한 암 환자군에서 종양 진행 속도가 완화되고 생존율이 향상된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동물성 지방이 단순히 위험 요소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치료적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균형 있는 해석이 필요한 이유
고기와 동물성 지방이 암 사망률을 낮춘다는 결과는 흥미롭지만,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공육과 과다한 붉은 고기는 여전히 발암 위험을 높이고, 포화지방 과잉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운다. 다만 암 환자처럼 체중 유지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고기와 지방이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의 암 예방 차원과 환자의 치료 상황을 구분해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과잉이 아닌 균형’이며, 적절한 양의 동물성 식품은 암 치료와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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