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이는 세상 모든 즐거움이 먹는 것에 있다고 믿는 천진난만한 강아지였습니다. 봉봉이의 하루는 오로지 밥, 간식, 그리고 또 밥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밥 먹는 시간은 봉봉이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배꼽시계가 삐뚤어졌는지, 봉봉이는 밥 먹은 지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배가 고팠습니다.
“낑낑…”
봉봉이는 주방으로 달려가 텅 빈 밥그릇을 코로 툭툭 밀어 보았습니다. 밥그릇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은 주인이 다가왔습니다. 봉봉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주인님, 밥이 없어요. 밥 좀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봉봉이의 눈빛에는 세상의 모든 절박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주인은 그런 봉봉이를 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봉봉아, 너 10분 전에 밥 먹었잖아. 벌써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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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이는 주인의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반짝이던 눈빛은 순식간에 희미해졌고, 봉봉이의 표정은 마치 세상의 모든 희망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축 처진 귀와 삐죽 나온 입술, 허무함이 가득 담긴 눈빛은 누가 봐도 ‘썩은 표정’ 그 자체였습니다. 봉봉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10분 전에 밥을 먹었다니… 이럴 리가 없어…’ 봉봉이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려 애썼지만, 배고픔이 너무 커서인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봉봉이는 밥그릇을 쳐다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인의 마음을 움직여 밥을 얻어낼 수 있을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볼까, 아니면 슬픈 울음소리를 내볼까?
봉봉이의 머릿속은 온통 밥을 얻어낼 계획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봉봉이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귀여워하며 사진을 찍기 바빴습니다. 봉봉이의 ‘썩은 표정’은 그렇게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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