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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 AED 싣고 달린다…대만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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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을 구급대원으로 활용해 심장발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시도가 대만에서 진행 중이다. 배달원이 어디든 빠르게 이동하는 점에 착안한 실험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국립대만대학교(NTU) 연구팀은 1일 실험 보고서를 내고 스쿠터로 도로를 달리는 배달원들을 비상시 구급대원으로 투입하는 신개념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번 프로젝트틑 골든타임이 중요한 심장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사람이 쓰러질 경우 제세동을 받지 못한 채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은 10%씩 떨어진다. 도심에서는 구급차가 정체나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현장에 제때 도착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으로 미국에서는 연간 35만 명 이상이 심정지를 일으켜 그중 90%가 사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음식 배달원에 주목했다. 이들이 심정지 환자에 적용하는 자동 체외 제세동기(AED)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연구팀이 대만에서 가장 붐비는 타이베이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AED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현행의 거의 절반으로 단축되고,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갔다.

실험 관계자는 “심장발작에 의한 심정지는 한시가 급한 사태다. 대만은 최첨단 의료 체제를 갖춰 시내에 병원이 많지만 교통정체가 심해 러시아워에 사고가 나면 상당히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베이시의 거리에는 음식점과 포장마차가 많아 음식 배달원의 스쿠터를 늘 볼 수 있다”며 “항상 도로를 돌아다니는 배달원이 위급한 상황에 AED를 전달하면 구급차보다 빨리 대응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017~2019년 타이베이시 소방국이 기록한 병원 외 심정지(OHCA) 데이터를 활용, 공설 AED 설치 장소와 우버이츠의 배달 패턴, 주문 집중 지역 정보를 병합·분석했다. 음식점이 모이는 지역에 반드시 1명 이상 배달원이 존재하며 반경 2㎞ 이내라면 대응 가능하다는 설정을 붙였다. 또한 배달원의 평균 이동 속도는 시속 34.5㎞로 가정했다.

현재 타이베이시에서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8분이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타이베이시 전체 배달원 중 10%만 움직여도 AED의 현장 도착 시간은 3.8분까지 단축됐다. 이때 환자의 생존율은 60%까지 올라갔다. 배달원의 30%가 협력할 경우 구명률은 86%에 달했다.

실험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에서는 소수의 배달원도 의미 있는 시간 단축이 가능했고 배달원이 적은 시간대에도 모델은 유효했다”며 “특히 배달원이 많은 피크 시간대는 13%만 참여해도 심정지 사안의 80%를 커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프로젝트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확장성도 충분하다”며 “배달원은 특정 지역을 일상적으로 누비며 좁은 길에 익숙하고, 인도에 빠르게 정차하는 기동력도 뛰어나 구명기자재를 운반하는 인력으로 아주 이상적”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AED를 현장에 빨리 보내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드론으로 운반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배달원은 도시 곳곳에 항상 존재하고 대부분 수백 m 앞에 대기하고 있어 더욱 효율적이다. 배달 업무 자체가 신속한 행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배달원이 많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AED의 확실한 공급이나 배달원의 참가 의사, 교통 사정을 토대로 한 이동 속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배달원이 심폐소생술(CPR)과 AED 사용법을 알아야 하고 긴급신고센터와 소통도 요구된다. 안전성 확보, 책임 소재, 적절한 보수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본 프로젝트는 효율이 뛰어나 많은 국가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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