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미분양 주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쌓였던 물량에 고분양가로 계약까지 이어지지 못한 신규 물량이 더해진 영향이다.
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4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7월 말 기준 1033가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352가구에서 3월 942가구까지 줄었다가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3월과 비교하면 4개월 새 91가구가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가 99가구 늘면서 미분양 확대를 주도했다. 은평구도 20가구의 미분양이 생겼다. 반대로 양천구와 강북구는 미분양이 축소됐다.
강동구의 미분양 증가는 길동 ‘디 아테온’이 이끌었다. 디 아테온은 총 64가구 중 5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6월 진행한 일반청약 경쟁률이 7.7대 1을 기록하는 등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평균 100대 1에 육박하는 서울 전체 경쟁률에는 그게 못 미치지만 평균 4~5대 1 수준인 인천·경기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은평구는 모두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물량이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도 일반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주택형 대부분이 1순위 마감에 성공하는 등 수요자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이들 단지의 미분양 원인으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디아테온은 전용 59㎡로만 구성됐고 분양가는 10억9050만 원(최고가 기준)으로 책정됐다. 인근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수준이지만 총 64가구인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하면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에 가까운 구조, 사실상 없다시피 한 커뮤니티, 100가구 미만의 규모 등 부족한 상품성은 할인 요인인데 분양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전용 59㎡ 분양가가 11억1000만~11억5000만 원 정도다. 인근에 있는 ‘북한산힐스테이트 7차’의 같은 면적은 9억5000만 원 안팎에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은 입주 시점까지 다 팔면 된다는 계산으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미분양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힐스테이트 메디알레가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입지와 상품성을 고려하면 완판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단지들은 서울의 공급 부족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표는 “서울 미분양은 소규모의 주상복합 형태거나 상품성·미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주요 원인”이라며 “디 아테온은 이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 수요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 있고 오랫동안 미분양 상태인 서울 내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단지는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118가구)다. ‘화곡더리브스카이아파트'(94가구), ‘창동다우아트리체'(66가구),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53가구), ‘빌리브디에이블'(53가구), ‘엘리프미아역2단지'(47가구), ‘호반써밋개봉'(38가구) 등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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