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락스는 표백제이자 강한 산화제다
욕실 청소할 때 락스를 물에 타서 쓰는 사람들 많을 거다. 곰팡이 제거, 하얗게 표백, 냄새 잡기까지 한 번에 되니 간편하다. 그런데 락스는 단순한 청소 도구가 아니다. 정확한 성분명은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으로, 강한 산화력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물에 희석되면 차아염소산(HOCl)을 만들어내고, 이게 공기 중에서 염소가스(Cl₂)로 분해되면서 위험을 만든다.
이 염소가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화학무기로 쓰였던 독성 가스다. 강한 냄새와 자극이 있다는 이유로 단순히 “냄새가 독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눈, 호흡기, 피부에 치명적인 독성 작용을 하는 가스가 생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욕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특히 그 농도가 빠르게 치솟는다.

락스와 다른 세제를 섞으면 더 위험해진다
욕실 청소할 때 흔히 락스와 곰팡이 제거제, 변기 세정제, 주방세제 등 다른 세제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락스는 염기성이고, 다른 세제에는 산성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성과 염기성이 만나면 강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염소가스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락스와 염산·아질산·아세트산 등이 섞일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이건 단순한 자극을 넘어서서 호흡곤란, 폐 손상, 심한 경우에는 기도 마비나 의식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 락스는 어떤 제품과도 섞어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명서에 ‘혼합금지’ 문구가 괜히 적혀 있는 게 아니다.

밀폐된 욕실 구조가 중독을 가속시킨다
욕실은 대부분 창문이 작고 환기가 잘 안되는 밀폐 공간이다. 락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유해 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바닥 쪽에 머물며 천천히 퍼진다. 한 번 흡입하면 목이 따갑고 기침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염소가스는 점막을 공격하기 때문에 코, 입, 눈의 통증이 같이 동반된다.
문제는 이런 자극이 생겼을 때 바로 나가지 않으면 중독 수준이 빠르게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시간 머물 경우 폐포까지 손상이 진행되고, 급성 폐렴이나 기도 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기가 안 되는 욕실에서 락스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건 ‘숨 쉬는 독소’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장기 노출은 천식, 알레르기, 면역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두 번의 노출로 바로 큰 병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주기적인 노출은 만성적인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락스 냄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기도 점막이 손상되면서 천식이나 기관지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선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지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또한 피부에 직접 닿을 경우 건선, 접촉피부염, 피부 장벽 손상이 발생하고, 눈에 튀었을 경우에는 각막 손상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락스 사용 후 바닥에 남은 잔류물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눈에 안 보여도, 호흡기와 피부는 계속해서 자극받고 있을 수 있다.

락스 쓸 땐 ‘절대 혼합금지’, 그리고 반드시 환기
락스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락스는 제대로만 사용하면 살균력도 뛰어나고 곰팡이 제거 효과도 확실하다. 중요한 건 혼합 사용 금지와 철저한 환기다. 락스를 쓸 땐 반드시 단독으로만 사용하고,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작동시키며, 사용 후에는 깨끗한 물로 잔여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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