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2025년,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수출 품목’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중고차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이 전쟁 이전 2021년에 비해 최대 16배 폭증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국제적 경제제재 현실이 고스란히 한국 중고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K-중고차 신흥 허브로
최근 한국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보내진 중고차는 월 6,000대에 육박한다. 2021년 한 달 평균 377대였던 것이 3년 만에 16배 가까이 폭증, 단일 시장 최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으로 수출도 1,400여 대(2021년 대비 4배), 타지키스탄 역시 1,400여 대(2021년의 2배)로 대폭 증가했다. 키르기스스탄은 2023~2024년 단숨에 K-중고차 수출 2위국(7만2,000대, 수출액 14.9억 달러)에 올랐다. 대수 기준으론 리비아, 튀르키예, 카자흐스탄이 뒤를 잇는다.

‘16배 폭등’의 배경, 러시아 전쟁 우회 수요
이렇게 중앙아시아에 한국 중고차 수출이 급증한 핵심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 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다. 미국과 EU의 제재로 러시아는 신차·부품공급 루트가 막혔고, 대다수의 서방 브랜드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러시아 내 기동성과 신차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인근 키르기스·카자흐스·타지크 등 CIS 국가가 ‘우회 경유지’가 된 것이다. 현지에서는 새로 수입된 한국 중고차가 다시 러시아로 되팔리거나, 불법직수입 형태로 대량 확산된다.

“평균 단가가 신차보다 높아졌다”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중고차의 1대 평균 단가는 약 2만5,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신차의 해외평균 출고가(2만3,300달러)보다 비싼 수치다. 품질이 보장된 현대·기아 준신차급 모델(아반떼, 그랜저, 제네시스 GV80 등) 수요가 폭발했고, 급할수록 값이 뛴 결과다. 실제로 리비아, 튀르키예, 중동 등 수출지에서는 SUV(스포티지‧투싼‧싼타페) 위주로, 러시아-중앙아시아는 중형 세단 등이 인기가 많다.

한미유럽 “컨트롤 타워 통제” 속 반사이익
러시아의 현대차 공장 철수, 미국·EU의 금융·산업 봉쇄 조치 이후, 러시아 소비자는 사치품·자동차 수요를 억지로 누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한국산 중고차는 타 브랜드 대비 내구성, 부품 호환성, 가성비에서 두각을 보여 중앙아시아 현지 시장, ‘러시아 재수출 시장’ 양쪽 모두에서 대호황을 맞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통한 재수출 다변화”
올 상반기 수출 기준 전체 한국 중고차 수출량은 월평균 5만 여대로, 2021년(3.9만 대) 대비 36% 증가한 반면 리비아, 튀르키예 등 중동·아프리카행 수출은 일시 침체다. 리비아·이집트 등은 홍해·수에즈 운항차질, 튀르키예는 환율·경제난의 여파로 절반 가까이 수출이 줄었다. 그만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시장에 한국 중고차 쏠림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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