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한국군의 구형 전투복, 소위 ‘개구리복’을 입고 미군·서방군과 교전하거나 행진하는 모습이 국제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 장면은 BBC, 르피가로, 슈피겔 등 주요 외신이 탈레반 전황을 보도하면서 특히 이목을 끌었다. 사진 속 탈레반 전투원 다수는 한글 명찰·병장 계급장·육군 부대 마크까지 달린 국군 구형 전투복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전투복, 어떻게 탈레반 손에 들어갔나
이 전투복은 1990년대부터 2014년까지 우리 군이 보급했던 패턴으로, 이후 현재 사용 중인 디지털 위장복 도입 뒤 불용 처리되어 중고시장 등에서 유통됐다. 국내 구제의류 도매상이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대량 매입된 이 복장이, 무슬림상인·파키스탄인 등 해외 보따리상의 손을 거쳐 아프간 각지로 흘러간 경로가 유력하다. 특히 무장분쟁국에서는 구형 군복조차 전리품·위장용 복장·상징적 위력 과시 수단으로 값지게 유통된다.
왜 ‘한국 군복’인가… 심리·심상적 효과
탈레반이 한국군 군복을 입는 주요 목적은 단순 복장 이상의 전략성이 있다. 첫째, 전투 전리품으로서 승리·점령의 상징을 과시하려는 목적, 둘째, 미군 등 연합군에 맞서 다양한 군복을 뒤섞음으로써 대상을 혼란시켜 심리전을 걸거나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실제로 명찰·계급장까지 남아 있는 상태, 특정 부대 마크가 붙은 사진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전투 능력과 ‘생포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불용 전투복, 법적·관리상 실태
한국 내에선 군복단속법 등 관련법상 현역 복장, 현행 디자인의 군복이나 군장류는 제조·판매·착용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2019년 대법원 판례 이후로 현역에서 사용하지 않는 구형 전투복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제도상 관리 사각이 생겨, 퇴역·불용 군복·군화 등이 수집·유통, 개발도상국·분쟁지역 등지로 유입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구형 군복류 유출 방지 대책을 반복적으로 내놨으나, 관리·단속에 제약이 많고 현장 플랫폼·수출업체가 실거래 처벌 대상이 아닌 한 대량 유출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전장에서의 활용 실태와 영향
탈레반 대원들은 한글명찰·병장계급장이 달린 채 군복을 입고 행군, 경계, 검문소 운영, 심지어 미군과 교전 현장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복장이 구별되지 않으니, 현지에선 혼란이 가중되어 민간인 구타나 피의자 검거가 이어지고, 군복 착용이 은폐·위장 혹은 군 내 신분 과시 수단이 된다고 한다. 탈레반 조직 입장에선 실제 전투 활용 뿐 아니라 정보전·심리전 무기로 활용, 내부 결속·외
부 선전 모두에서 ‘상품성’이 있는 아이템이다.
국제적 문제와 정책적 시사점
이번 사건은 중고 군복을 불법적으로 무장조직에 공급하는 경로를 사실상 방치한 관리 사각, 국방 상징의 전략적 악용 가능성, 그리고 한국의 대외 이미지·보안 차원에서도 심각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단순히 복장 문제에 그치지 않고, 무분별한 군용물자 유출은 심리전·정보전, 군사 외교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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