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부동산 대출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에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외지인 매수는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강남권으로 집중되면서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이들 지역에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들이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강남3구에서 외지인(관할시도외-기타)의 아파트 매수는 총 349건으로 전달인 6월(195건)보다 79%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22건에서 51건으로 131.8%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송파구는 87건에서 191건으로 119.5% 늘었고 강남구 역시 86건에서 107건으로 24.4%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전체 시장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외지인 아파트 매수는 2480건에서 1886건으로 약 24% 줄었다. 주요 인기 지역인 성동구는 211건에서 103건으로, 마포구는 174건에서 102건으로 각각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처럼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강남3구에서만 외지인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고가 주택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자산가 중심의 매수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들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낮고 현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층이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 시행 이후 추가 조치 가능성을 우려한 이른바 ‘막차 수요’가 유입되면서 외지인 매수세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해당 지역들은 입지 경쟁력이 높고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꾸준한 곳”이라며 “대출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현금 여력을 갖춘 외지인 수요가 강남권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해지면서 성동구나 마포구처럼 애매한 입지보다는 강남3구처럼 입지·수요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지역에 외지인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비사업과 교통개발 기대감 등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도 외지인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송파구는 잠실 MICE 복합개발, 영동대로 환승센터, 위례~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교통망 확충 등 대형 개발 호재가 밀집돼 있다는 점이 외지인 매수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강남·서초에 비해 평균 매매가격이 낮아 중산층 실수요자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역으로 꼽힌다. 압구정·반포 등 초고가 지역의 집값이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강남권 접근성과 학군, 생활 인프라를 갖춘 송파구가 그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송파는 강남권 입지를 공유하면서도 가격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비사업이나 교통 인프라 개발 등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 외지인들의 매수 심리가 더 적극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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