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방산 패권, 백 년 만의 위기
영국은 전통적으로 군사·항공 기술의 세계 1위 국가 중 하나로 군림해왔다. 특히 첨단 훈련기와 전투기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독보적인 영향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들어 7천억 원 규모의 추가 손실과 현장 혼란이 겹치며 ‘망하기 직전’ 위기에 직면했다. 노후화된 T1, T2 훈련기가 퇴역하면서 영국 공군은 미래 조종사 양성의 핵심 전력 부재라는 치명적 약점에 놓였다.

최신 6세대 전투기 도입 앞두고 훈련기 대혼란
영국은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 6세대 GCAP(영-일-이탈리아 합작) 전투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리 조종사와 공군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기존 T1, T2 훈련기가 엔진 결함 등으로 불신임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영국은 차세대 훈련기 도입을 서두르게 되었고, 이탈리아와 국제 비행훈련학교를 공유해 임시 조종사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보잉 T-7A 도입, 미래 투자와 깊은 논란
보잉이 선보인 신형 T-7A 레드호크는 영국 공군의 최우선 도입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모듈식 설계로 혁신을 예고한 기종이지만, 현실에선 개발 지연과 공급망 문제, 윙락·사출좌석 결함 등 구조적 난관에 직면했다. T-7A 양산 일정은 여러 차례 미뤄졌고, 실제 실전 배치 일정도 2028년 이후로 늦춰졌다.

수천억 규모 손실, 보잉의 경영위기
T-7A 개발 과정에서 보잉은 이미 13억 달러(약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2025년 초엔 추가로 5억 달러(7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고정가로 입찰한 계약구조에 따라 인플레이션이나 원자재 가격상승, 결함으로 인한 추가 비용까지 모두 보잉이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영국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 주요 구매국도 공급불확실성과 적자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

영국 방산 시장의 의사결정 난맥상
보잉 T-7A의 개발 지연은 영국의 훈련기 도입 사업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구조경량화에 집중한 설계로 옵션 확장과 내구성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미 해군·미 공군 등 해외 사업도 일정 연기와 결함 논란으로 경쟁력이 하락하고, 보잉의 방산사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영국 내에서는 국가 전략자산인 첨단 훈련기 교체를 둘러싸고 ‘폭탄 처리’ 수준의 난제와 이해관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 패러다임 변화와 미래
100년간 세계 정상에 있던 영국과 보잉의 연합은 구조적인 기술위기와 누적 적자, 현실적인 일정 차질까지 맞물려 마침내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영국이 앞으로 미래 항공 전력의 중추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위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첨단 기술 역량, 재정투자,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이 모두 절대적 과제로 부상했다. 국가적 방산 역량의 위기와 기술 주권 경쟁은 향후 국제 무기산업의 방향성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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