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정지영
- 출연
-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 개봉
- 2023.11.01.
워낙 드라마틱한 내용이라 실화이면서도 자주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인데요. 당시에 3명 소년이 슈퍼에 있는 할머니를 죽인 사건입니다. 꽤 빠른 시간에 잡았죠. 이 사건은 재심까지 가서 세상에 다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진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요. 관련되어 이미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졌었죠. 이번에 <소년들>로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다소 늦게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제작이 20년에 했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한국 영화가 엄청나게 밀렸습니다. 언제 개봉할지도 모르는 영화도 있고요. 넷플릭스로 간 영화도 있고요. 이 영화도 역시나 보다 보니 아역인 박소이를 보니 예전에 찍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염혜란도 지금까지 연기 신이라는 표현을 듣기 전 찍은 것이라 비중이 좀 작습니다. 대신에 홍보에는 활발히 참여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정지영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세계관이 부합됩니다. 정지영 감독은 초기에 <남부군>으로 유명해졌죠.
그 이후 상업 영화감독으로 활동했지만 점차적으로 사회 고발적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영국에 켄 로치 감독이 사회 고발과 부조리에 대한 영화를 만든 것처럼요. 한국에서는 정지영 감독이 꾸준하게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작인 <부러진 화살>이나 <블랙머니>가 다 그랬습니다. 사회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는 감독이죠. 이번 영화인 <소년들>도 역시나 핵심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다는 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이제 너무 유명하거든요.
누구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죠. 그보다는 영화에서 주목한 건 소년들을 그렇게 만든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처음부터 조작이 들어갔습니다. 무엇 때문에 조작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작품에서 그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소년들>에서는 사건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며 승진한 경찰이 나옵니다. 워낙 미궁에 빠질 수 있던 사건이라 팀 전체가 다 특진을 합니다. 처음부터 조작을 했던 것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소년들 중에 한 명이 손등이 굳은살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살해된 할머니 가족이 증언을 했죠. 잡았던 소년들 중 한 명이 손등에 굳은살이 있었고요. 그중에 또 한 명은 한글도 읽을 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가학적인 폭력과 함께 강요를 했죠.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90년 말에는 여전히 가능했던 환경이었고요. 협박과 함께 억지로 자술서를 쓰게 했고요. 경찰이 직접 자술서를 썼다는 혐의도 나옵니다.
완벽하게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소년들은 살인범이 됩니다. 누구도 이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할 줄 몰랐고요. 부모들도 이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요. 이런 점들이 합쳐져서 소년들은 살인자가 되어 교도소까지 가서 복역하게 됩니다. 보통 진실은 감출 수 없다고 하죠. 진짜 범인들 중에는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설경구는 전주 경찰서로 새롭게 반장으로 오면서 이 사건을 주목하게 됩니다.
따로 조사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요. 결정적으로 소년 중에 한글을 못 읽고 못 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조사 보고서를 읽은 후 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엉터리라는 걸 발견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모든 사건이 끝났다는 점입니다. 소년들이 억울하다는 건 중요하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죠. 조직이 잘못했다는 걸 고백해야 합니다. 이럴 때 조직이 잘못했다는 걸 밝히는 게 분명히 맞겠죠. 항상 대두되는 문제는 조직이 갖고 있는 치부를 드러낼 것인가.
조직을 위해서는 조용한 묻어두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이런 점에 있어 대다수 다수를 위해 침묵을 선택할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나중에 양심 고백하는 사람이 나타나죠. 그럴 때 시끄러워지는데 주변 사람들까지도 끼어들며 더 복잡해집니다. 진실과 사실이 무엇인지 얽히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범인을 잡았지만 사건을 해결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이 했던 짓까지도 드러나게 된다는 점이 말이죠.
진짜 범인과 소년들이 대질심문을 하게 되는데 중요합니다. 어떤 분위기에서 했느냐가 중요한 데 소년들이라는 점이 또 핵심입니다. 아직까지 어리고 물정 모르는데 폭력까지 당했던 소년들입니다. 강압적인 분위기와 자신들이 더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진짜 범인들은 좀 더 어른이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침묵을 택합니다. 그렇게 소년들은 억울하게 교도소에서 복역합니다. 처음에는 영화가 교차편집으로 2000년과 2016년을 보여줘서 왜 그러나 했습니다.
2000년은 결국에 소년들이 억울함을 풀지 못합니다. 2016년에 다시 재심을 하면서 소년들과 설경구가 다시 노력하게 됩니다. 경찰 조직과 검찰은 배신자로 낙인찍습니다. 누군가의 억울함보다는 조직의 체면이 더 중요합니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치부가 드러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여기서 그런 짓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끝까지 외면하고 부인하며 오히려 당당합니다. 조직이 아니었던 진짜 범인은 회개하며 자신이 벌였던 살인을 고백합니다.
진짜 범인이 고백했다면 조직이 뒤집히는 게 맞겠죠. 스스로 최면을 걸었던 것일까요? 이 사건과 관련되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소년들도 억울함을 풀었을 뿐이고요. 진짜 범인은 당시에는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도 재판까지 나와 증언한 가장 큰 이유기도 했고요. 각자 자신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선택과 결정이 달라집니다. 영화 <소년들>은 관료 조직이 갖고 있는 부조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체면과 헤게모니가 더 중요합니다. 아마 지금도요.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결국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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