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추웠던 그 해 겨울
이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추위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뭔지 느끼게 해줬던 겨울.
회색 콘크리트가 더욱 차갑게 느껴지던 그 겨울
2.
패딩을 입고 장갑을 끼고 패딩모자까지 써야 했지.
도저히 빨간 귀가 버티질 못할 추위였으니까.
얼굴도 빨갛게 홍조를 띠고 있었지.
거리에 있는 모든 물은 존재가 부정당했지.
3.
얼음으로 덮혀 있는 세계가 아마 그랬을거야.
걸어도 걸어도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어.
몸에서 뿜어대는 체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
그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날 휘감고 있었으니까.
4.
너무 추워 좌우를 볼 수 없었어.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갈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와 걷는다면 아마도 혼자 떠드는 것일 수도 있었어.
함께 걸을 때 이야기를 한다면 서로 바라보기도 하니까.
5.
잠시라도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바람이 들어왔어.
꼭 앞만 보고 걸어가라는 듯이 바람이 날 때렸지.
패딩모자까지 쓰고 걷고 있어 하는 이야기가 잘 안 들리기도 했어.
그래도 네가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끗하고 걸었지.
6.
어둠이 내린 거리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
혹시나 사람을 전부 집어 삼킨건 아닌가 했지.
우연히 시작된 영화이야기.
잘 모르는 영화라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어.
7.
내 말이 추위를 뚫고 네게 닿기를 바랬어.
내가 내뱉은 말이 앞을 향햐고 있지만 말야.
앞으로간 소리가 바람에 너한테 강하게 닿기를.
앞만 보고 걷고 있던 내게 내 옆에 있다고 생각했지.
8.
묻고 싶은게 있어 옆을 돌아본 순간 놀랐어.
옆에 없는 걸 확인하고 어둠에 사라졌나 하고.
순간 당황하면서 두리번 거리며 찾았지.
인적도 없는 곳에서 순간적으로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9.
모자에 달린 털 때문에 좌우 옆마저도 잘 안 보였거든.
모자 털 사이에서 겨우 널 발견했어.
몇 발 떨어진 곳에서 서 있는 걸 봤지.
서둘러 얼어있는 네게 달려갔어.
10.
조금만 늦었어도 어둠이 널 가져갔을지도 모르겠어.
난 네 손을 꼬오옥 잡고 체온을 올렸지.
덕분에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었어.
그 해 겨울 너무 추웠지만 덕분에 춥지 않았어.
늘 그 온기가 나와 함께 하고 있어 참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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