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제보로 한순간에 마약사범이 된 50대 남성의 억울한 사연이 전해졌다.
거짓 제보가 일어난 배경엔 실적에 눈이 먼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
KBS는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A씨가 뜬금없이 마약사범으로 몰려 구속된 사연을 지난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카페로 배송 온 택배물을 받았다.
발신처가 필리핀인 것을 확인한 A씨는 동생의 물건으로 생각하고 박스를 뜯지 않은 채 한쪽에 보관했다.
A씨가 택배물을 받은 지 30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사복 경찰이 카페로 들이닥쳤다. 그리곤 A씨가 앞서 받은 택배 상자를 뜯어 필로폰 약 90g를 발견했다.
경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A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가 마약 전과자란 사실과 필리핀에서 보낸 ‘부탁하신 것 보낸다’는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삼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A씨는 구속 석 달 만인 지난 8월 석방됐다. 진범과 허위 제보자가 잡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알고 보니 허위 제보자의 범행을 수사한 후 무고 혐의로 체포한 서울서부지검이 A씨에 대한 석방 요구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A씨는 허위 제보자가 잡힌 뒤에도 6일 더 구속돼 있다 석방됐다. 석방된 후에도 공소 취소가 되지 않아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보고를 받은 대검찰청이 인천지검에 공소를 취소하란 의견을 냈지만, 인천지검 수사팀이 이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A씨가 거짓 제보의 희생양이 된 배경을 취재한 KBS는 마약 전과자 손 모 씨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KBS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B씨가 손씨에게 단기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정보를 요구했고, 손씨는 ‘마약 전과자 근황 파일’에서 A씨의 개인정보를 빼내 타깃으로 삼았다.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에게 A씨 카페 주소를 주며 필로폰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고, 마약상은 피규어에 필로폰을 넣어 발송한 후 손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다.
손씨는 또 혹시 모를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손씨는 해당 송장번호를 국정원에 알렸다. 국정원은 “이 우편물에 마약이 있다”며 송장번호를 인천세관에 전달했다.
이에 인천세관 특별사법경찰은 해당 우편물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추적, A씨를 카페에서 체포한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손씨에게 실적 올릴 정보를 요구한 B씨조차 이 같은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B씨뿐만 아니라 세관, 검찰, 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이 손씨의 거짓 제보에 놀아난 꼴이 됐다.
대검찰청은 A씨의 필로폰 밀매 혐의에 대해 “인천지검에서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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