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소매업체인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 28일 2차전지 관련 리튬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11월 한 달간 85% 뛰었다. 현재 이 주식은 거래정지 상태다. 적자 누적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2차전지, 메타버스 등 신사업 추진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후 실제로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상장사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상장사 1047곳에 대해 사업목적 현황, 변경 내용 및 사유, 사업 추진 현황 등을 점검한 결과 허위 신사업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가 다수 포착됐다고 31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2차전지, 메타버스, 인공지능, 로봇, 암호화폐,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테마주로 알려진 7개 신사업을 회사 정관에 추가한 상장사는 233곳에 달했다. 이 중 129곳(55.4%)은 신사업 추진 내역이 없었다.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104곳(44.6%)도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는 4곳에 그쳤다. 신사업을 하겠다고 회사 정관을 고친 233곳 중 229곳(98%)이 신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은 “신사업 추진 현황이 없는 129곳은 재무·경영 안전성이 낮고, 내부 통제 문제점이 노출된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129곳 중 43%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22%는 횡령·배임, 감사 의견 거절 등으로 신사업 진출 공개 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도 12%에 달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신사업 진출을 공시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신사업 진출 공시 후 주가가 뛰자 최대주주가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도해 이익을 챙긴 사례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허위 신사업 공시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종목은 철저하게 조사한 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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