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인 서울

천천히 꾸준히 2023.11.30 조회수

감독: 박범수
출연: 이동욱, 임수정,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개봉: 2023.11.29.

서울에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인 가구 비중은 결코 적지 않죠. 대부분 일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들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실제로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재 한국에서 청년들이 결혼도 안 하고 있죠. 결혼과 사랑은 별개라고 해도요. 사랑도 잘 안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지금은 사랑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살짝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사랑할 생각이 없다?

사랑이 내가 생각한다고 할 수 있거나 없는 성질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정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성을 만날 기회를 안 가지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을 만나지 않는데 사랑에 빠질 틈이 없잖아요. 현재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것도 저는 이해는 안 되긴 합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걸 텐데 말이죠.

혼자 사는 사람이 사랑에 대해 보여주는 작품은 꽤 있습니다. <싱글 인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청춘 남녀 이야기입니다. 이동욱(영호)는 현재 논술 강사입니다. 강의 중에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알려주는 대로 하라고요. 논술도 어느 정도 기술이라는 거죠. 짜인 대로 글을 쓰면 된다는 겁니다. 원래 문학 소설에 입상하려던 꿈이 있었고요. 현재는 싱글 삶에 너무 만족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성과 가까워지는 걸 아예 방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으며 책 읽더라고요. 최근에 혼밥은 흔해졌다고 하지만 식당에서 책 읽으면 밥 먹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이동욱은 SNS에 사진과 간단한 문구를 올리는데 상당히 감각적입니다. 이걸 보고 출판사에서 에세이 제안을 합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싱글 인 더 시티’인데요. 서울은 이동욱이 맡아 하고요. 바르셀로나는 다른 여성 작가가 합니다. 이동욱에 연락해서 편집장이라 만나는데요. 편집장은 임수정(현진)입니다.

알고 보니 둘 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죠. 관련된 과를 나와 임수정은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던 중이었고요. 처음에 이동욱은 살짝 튕기면서 큰 관심을 드러내진 않습니다. 그래도 책 한 권 쓴다는 건 누구에게나 꿈이죠. 이런 사실을 임수정은 이동욱에게 어필하면서 함께 할 것을 권유합니다. 서울에서 싱글인 삶을 보여주는 건데요. 이를 위해서 서울이라는 매개체와 자신에 대해 책으로 만드는 거죠. 작가가 직접 서울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어 책에 넣고요.

책을 쓴다는 건 자신을 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소설일지라도 똑같아요. 아무리 상상을 하더라도 자신이 투영될 수밖에 없죠. 그게 여러 글을 쓰고 책을 펴냈다면 달라질 수 있겠죠.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서 출발하게 됩니다. 첫 책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이러다 보니 이동욱이 쓰는 책에는 첫사랑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출판사에서도 요청을 했고요. 첫사랑이 곁가지일 수 있어도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 이동욱도 합니다.

첫사랑인 이솜을 호텔에서 만나고요. 함께 동거를 하면서 사랑을 나눴지요. 집필도 했었는데 소설로 내진 못했습니다. 이솜은 그 이후 이동욱을 차버리고 헤어졌습니다. 이때 이후로 여러 여성을 만났지만 이동욱은 결국에는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했죠. 여자친구에게 쓰던 돈을 자신에게 쓰니 너무 만족스럽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동욱은 사실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지 못했던 거죠. 마음이 외로워서 만났던 여자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마음을 꽁꽁 닫았기에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나는 걸 두려워했던 듯하고요. 임수정과 함께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상대방에 대해 알게 됩니다. 사랑이란 만나자마다 불꽃이 튈 수도 있지만요. 이런 식으로 서서히 스며들기도 합니다. 만나면서 조금씩 상대방을 알아가는 거죠.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드는 게 많아질 때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해 감정이 생깁니다. 그럴 때 이동욱과 임수정은 키스를 할 뻔합니다. 순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폭발하며 생기는 일이겠죠.

이동욱은 그런 순간 후 오히여 움추려듭니다. 임수정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게 아닌 원래대로 돌아가죠. 이런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에서 책을 쓴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서울과 바르셀로나로 함께 펴내려고 했는데요. 첫사랑인 이솜인 줄은 몰랐죠. 서로가 각자 책에 첫사랑 이야기를 넣었거든요. 서로 자신 입장에서 서술한 첫사랑은 묘하게 달랐습니다. 이동욱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요. 누구에게나 기억은 윤색되고 왜곡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각색합니다.

이동욱과 이솜은 둘 다 이제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입니다. 무엇보다 이동욱이 떠올린 추억의 조각이 잘 못되었다는 걸 깨닫거든요. 임수정은 중간에서 이동욱 편을 들지만 냉철하게 행동합니다. 이동욱이 계속 글 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요. 영화는 달달한 로맨스는 나오지 않습니다. 싱글이라는 표현답게 현실적인 로맨스라고 할까요? 또한 30대가 보여주는 로맨스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사랑 말이죠. 살짝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네요.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랑은 좋은 건데 왜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