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선보인 한국 여성, 북한 남자의 애잔한 로맨스

필더무비 2024.03.07 조회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후기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탈북인 로기완이 벨기에에서 떠돌며 생존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ARS 후원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절망에 빠지다 무작정 벨기에로 온 주인공 나, 생존의 기로에 선 탈북 청년 로기완, 그리고 후원 프로그램의 주인공 이었지만 절망에 놓인 소녀 윤주 등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의 어렷한 주체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태로운지를 그린 작품이었다.

영화는 원작의 방식 대신 아무런 사회적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벨기에에서 노숙자처럼 살고있는 로기완(송중기)의 처절한 삶을 부각하면서, 벨기에에서 내적 상처로 방황하는 벨기에 국적의 한국인 여성 마리(최성은)의 이야기를 담아내 원작보다 조금 단순화된 이야기를 구성하려고 했다. 전자에서 언급한 원작의 인물 구성을 본다면 마리는 소설의 나와 윤주를 합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영화는 원작처럼 각자의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두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를 지향하는 듯 보였다. 초반부 다소 처절하게 그려진 로기완의 생존기와 사회적, 외교적으로 외면받는 탈북자의 현실을 통해 사회시스템에 보호받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처연함과 가여운 정서를 다루는 듯 보였다. 그때까지는 이 작품이 어렵지 않은 메시지를 무난하게 전하는 공감하는 드라마가 되는듯싶었다.

하지만 원작의 두 인물을 섞은듯한 새롭게 구성된 마리의 캐릭터는 로기완과 어울리기 힘든 인물이다. 로기완의 상처가 분명한 반면에, 마리의 상처와 아픔은 사춘기 아이의 상처처럼 불명확한 것처럼 다소 모호하다. 그런 인물이 로기완을 통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연민의 정에 빠져 로맨스로 이어지는 과정은 약간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공감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초반부터 시작된 인간의 생존 드라마와 상처 치유 이야기가 로맨스로 엮이는 과정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것이다. 로맨스로 연결되더라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공감하고 인간애로 느껴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면 더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제작진은 좀 더 명확한 해피엔딩을 보여주고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는 관객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이야기와 개연성의 흐름에서 보자면 투박하고 어설픈 구조지만, 그럼에도 송중기와 최성은을 필두로 한 연기의 감정과 인물들의 상황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적어도 아픈 자들의 치유와 공감이란 점에서는 어느정도 괜찮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 결말부에 발생하는 액션 영화 같은 마무리와 사고는 좀 느닷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개연성이 불완전한 일부 설정이 괜찮았던 영화의 흐름을 망치고 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전자서 언급했듯이 배우들의 좋은 감정 연기와 탈북 청년의 아픔과 성장을 통해 자유, 인간애와 관련한 명확한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점에서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본다면 볼만한 드라마로 느껴질 것이다. 적어도 밥 먹는 장면에서만큼은 영화의 메시지가 담긴 디테일이 잘 살려 있어서 밥 먹을때 마다 로기완과 같은 세상과 사회에 보호받지 못한 어려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 <로기완>은 넷플릭스서 방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