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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과 분리’ 진통…정부·체육계 “환영” VS 교육계 “비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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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소재 모 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학년 통합 체육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기도 시흥시 소재 모 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학년 통합 체육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초등학교 1·2학년 체육교과 분리를 결정하자 정부 부처와 체육계가 환영의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현직 교사 상당수가 반대를 표하며 다가올 실제 교과 편성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체육 수업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체육을 별도 교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40여년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의 체육 과목은 음악, 미술 등과 함께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 교과에 포함돼 운영돼 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음악·미술·체육 영역이 불명확해 학생들의 다양하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 시간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체육단체에서도 교과분리에 대한 건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교육부의 요청에 국교위는 지난달 26일 제29차 회의를 개최해 초등 1·2학년 신체 활동 관련 교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가 교육과정 변경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표결에서는 위원 17명 중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찬성 9명, 반대 2명, 기권이 2명으로 해당 안이 통과됐다.

요청 당시 교육부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이후 체력 저하 및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신체활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체육 교과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교위는 교육부가 요청한 초·중학교 교육과정 개정 요청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고, 그 가운데 ‘체육교과 분리’에 대해 신체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정 추진 방안에 대한 주요 쟁점으로 초등학교의 경우 △현행 즐거운 생활 교과를 통한 실질적인 신체활동 보장 가능 여부 △교과 분리에 따른 기존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의 추가적인 개편 방향 △신체활동 내실화를 위한 학교 현장의 애로사항 해소 방안 등이 거론됐다. 중학교의 경우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결 사항으로는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해 통합교과 신설 ▲기존 ‘즐거운 생활’의 음악과 미술 관련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강화하는 통합교과 개정 추진 ▲ 지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운영 시간 확대(102→136시간)해 학교가 2025학년도부터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등이다.

이외에도 초·중학교 신체활동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사항을 지난 2022년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 신체활동 활성화와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학교 신체활동 지원 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것을 권고하는 사항이 다뤄졌다. 

향후 국교위는 구체적인 도입 일정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데, 기초연구 및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친다면 실제 교과 분리까지는 약 2~3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27차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27차 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국교위의 결정이 나오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달 30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체부는 “이번 결정으로 약 40년 만에 체육 교과가 분리·운영됨으로써 유소년기 학생의 체력 향상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교위에서 중학교의 학교 스포츠 클럽 활동 운영 시간을 기존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확대하는 안도 통과돼 초·중학교 신체 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초등학교 1~2학년 체육 교과 분리 결정 등을 계기로 문체부는 학교 체육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입장이다. 유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 사업을 토대로 초등학교 1·2학년 발달 과정을 고려한 맞춤형 신체 활동 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을 늘리며, 향후 이를 늘봄학교와도 연계해 체육 프로그램 내실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것이 문체부의 계획이다.

정부에 이어 체육 관련 단체 등도 잇따라 체육교과 분리 결정에 환영 입장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교과 분리 결정으로 약 40여 년 만에 체육교과가 독립 교과로 운영됨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될 어린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적 발달 및 정서적 안정을 기대한다”며 “초·중등 신체활동 강화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시작으로 체육계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교과 분리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교위 위원 5명은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내고 “교원 위원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찬반 표결 방식으로 결정한 것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교위의 취지와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교육기관과 현장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도 반대를 외쳤다. 초등교사노동조합가 지난달 23~24일 초등교사 7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8%가 체육 교과 분리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또 교사 76%는 “현행 교육과정 내용상으로 학생의 운동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증언했다.

교사들은 체육교과 분리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로 ‘교육주체들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치 않은 졸속 추진이라서’가 85.6%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발달단계를 고려한 통합교과 운영의 필요성에 반해서(57.5%)’, ‘외부인력(강사 등)과 사설업체 등 비교육전문가 개입 우려(48.7%)’, ‘외부인력(강사 등)과 사설업체 활용에 따른 인력관리 및 행정업무 증가 우려(38.8%)’, ‘지난 2022년 교육과정 시행 직후 또 다른 개정 논의에 반대(37.7%)’ 순이었다.

이번 교과 분리를 시작으로 다른 과목에서도 분리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미술교육학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 음악교육·미술교육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정부에 “체육 교과의 분리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음악과 미술도 분리해 정서적 건강을 담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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