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FSD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다시 휩쓸 수 있을까요. 도대체 중국 정부는 왜 테슬라에 손을 내민 걸까요. 오늘은 테슬라와 중국 자율주행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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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가 공개 출시되는 날은 역사상 가장 큰 자산가치 상승의 날이 될 겁니다.”
2021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던 글이죠. 지난해 주주 총회에서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만큼 그는 자율주행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에 꽂혀있습니다. 테슬라가 FSD(Full Self Driving)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베팅해온 이유입니다.
테슬라의 미래 캐시카우는 자동차 판매가 아닌 FSD 소프트웨어 판매와 로보택시 서비스가 될 거라고 보는 건 머스크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현재 연간 약 10억 달러인 테슬라의 FSD 관련 매출이 2030년 최대 750억 달러로 늘어날 거라 예측했고요. 모건스탠리 역시 “테슬라의 가장 큰 가치 동인은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수익”이라고 분석한 적 있습니다. 테슬라 고객에게 FSD 소프트웨어를 팔고(미국 구매가격 8000달러/월 구독료 99달러), 다른 차량 제조사에 FSD 라이선스를 팔고, 더 나아가 우버에 맞먹는 무인택시(로보택시) 사업까지 하는 것. 그게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이죠.
테슬라는 2020년 FSD 베타 버전 1을 출시했고요. 지금은 버전 12.3까지 진화했습니다. 위험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단계(조건부 자동화)입니다. 물론 이름(Full Self Driving, 완전자율주행)과는 달리 인간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레벨5)까진 아니고, 아직 ‘베타(테스트 버전)’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긴 한데요. 그래도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FSD에 대한 시장 관심은 올해 들어 시들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테슬라를 둘러싼 좋지 않은 뉴스(판매 부진, 실적 둔화, 가격 인하, 정리해고)가 연이어 터져나왔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28일 머스크 CEO가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날아가 2인자인 리창 총리와 만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중국 당국이 테슬라에 데이터 안전검사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FSD 출시를 막았던 규제를 푼 겁니다. 사실상 FSD 중국 출시 길이 열린 셈이죠.
머스크는 이번에 중국 IT기업 바이두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사용 계약도 맺었습니다. 4월 30일부터는 테슬라 중국 홈페이지에서 차를 구매할 때 FSD 기능을 6만4000위안(약 1200만원)에 추가할 수 있게 됐죠. 물론 주요 기능(도심 자율보조운전, 신호등 인식)은 ‘곧 출시 예정’이라고만 밝힌 상태이지만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중국에서 완전한 FSD 서비스를 출시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인데요. 테슬라에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죠. 중국엔 이미 170만명의 테슬라 소유주가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테슬라가 FSD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을까요. 많은 테슬라 주주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①아직 남은 걸림돌(규제) 그리고 ②의외로 만만찮은 경쟁자들이죠.
①중국 차량 데이터 전송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최고수준입니다. 특히 FSD가 버전1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찬사를 받았는데요. ‘엔드 투 엔드(End-to-End)’ 방식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확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비디오 데이터 입력)부터 끝(제어)까지 전부 순수한 AI 기술로 작동한다는 뜻이죠.
이게 뭐가 다르냐고요? 기존 버전11까진 코드가 30만 줄이 넘게 존재했죠. 무수히 많은 규칙을 인간 개발자가 직접 미리 입력해놨는데요. 버전 12의 코드는 고작 3000줄입니다. 시나리오별로 일일이 코딩하지 않아도 대량의 비디오 데이터만 있으면 FSD가 알아서 학습하는 방식이죠.
덕분에 버전12에서 FSD는 훨씬 더 인간처럼 운전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 이제 무조건 차를 멈추지 않아요. 대신 잠깐 차선 바깥으로 벗어나서 장애물을 피해서 가죠. 운전 스타일이 한층 유연해진 겁니다. 자율주행의 챗GPT 느낌이랄까요.
수십만 줄의 코드는 이제 필요 없지만 대신 데이터는 한층 귀중해졌습니다. 특히 숙련된 운전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FSD 훈련의 관건인데요.
원래 데이터는 테슬라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죠. 1분기 말 기준 테슬라 FSD의 누적 주행거리는 무려 12억5000만 마일(약 20억㎞)에 달하는데요. 그 어떤 경쟁업체(예-웨이모, 크루즈)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맞게 FSD를 훈련시키려면 중국 내 테슬라의 운전 데이터가 필요한데요. 현재 중국 차량 데이터는 보안 규정에 따라 정부 승인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없습니다. 테슬러 역시 2021년부터 중국에서 수집한 모든 차량데이터를 상하이 데이터센터에만 저장해놓고 있죠. 즉, 데이터는 있지만 이를 미국으로 보내서 FSD 학습에 사용하진 못하는 겁니다.
과연 머스크가 이 규제까지 풀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베이징으로부터 데이터 해외 전송 승인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도 기대하는데요. 아직까진 이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죠.
화웨이,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BYD 등.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인 중국 제조사는 10곳이 넘습니다. “중국에서 3만 달러가 넘는 모델은 이제 경쟁하려면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을 갖춰야 한다”(중국 스타트업 딥루트.ai 창업자 맥스웰 저우)고 얘기할 정도로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요.
중국 기업은 아직은 레벨2(운전자의 집중력 필요) 수준 자율주행에 머물지만, 레벨3에 근접했다며 ‘레벨 2.99’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죠. 성장이 둔화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신 기술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스마트카 시대’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테슬라가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월등한 기술력으로 단숨에 시장을 평정할까요? 물론 기술력과 축적된 데이터 용량에선 테슬라가 압도적인 우위입니다. 예컨대 중국에서 가장 자율주행 성능이 앞선다는 화웨이의 ADS 2.0 총 주행거리는 테슬라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중국의 알고리즘 기술 수준이 테슬라보다 약 2~3년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중국 내에서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뛰어난 게 있죠. 가성비와 모방능력입니다. 요즘 중국에선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는 제조사도 많습니다. 화웨이 ADS 2.0은 유료 서비스이지만, 그 가격은 3만6000위안(약 645만원) 정도이죠. 테슬라 FSD(6만4000위안)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가세한다면 어떻게 될지가 뻔합니다. 시노오토인사이트의 설립자 투 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 소비자들이 테슬라 기술을 선호하는 게 보이면 현지업체들은 곧바로 가격 인하에 나설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서구 분석가들은 (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가 자동으로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중국이 테슬라 기술을 모방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앞에서 테슬라의 ‘엔드 투 엔드’ 방식 FSD를 설명드렸는데요. 중국 기업도 이를 줄줄이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니오는 올해 상반기에 엔드 투 엔드 능동형 안전기능을 출시한다는 계획이고요. 샤오펑 역시 자율주행 기술이 엔드 투 엔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죠.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가 보여온 미친 속도전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만만찮을지 모릅니다.
여기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은 왜 테슬라 FSD에 호의적일까요.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머스크와 리창 총리의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창 총리는 2018년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열었을 때 상하이시 당서기였죠. 당시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메기 효과’를 노리고 테슬라 공장을 승인했습니다. 대형 메기 테슬라를 연못에 풀면 다른 물고기(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더 빨리 헤엄칠 거라고 본 거죠.
그리고 실제로 통했습니다. 2018년 10만대에 그쳤던 중국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대수가 지난해 150만대를 넘어선 걸 보면 알 수 있죠.
중국 컨설팅업체 오토모티스 포어사이트의 장위 회장은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고 봅니다. “테슬라의 FSD 출시로 인해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인데요.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 역시 링크드인에 같은 맥락의 글을 올렸습니다. “나는 두 팔 벌려 이러한 발전(FSD의 중국 출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고 수준의 기술 도입은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테슬라와 중국 정부, 양쪽에 윈윈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완성을 위한 시장과 데이터를 모두 얻고, 중국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중국 이외 지역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옵니다. 테슬라가 자칫하면 ‘중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대만의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소 다이즈옌 연구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제조사는 (해외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해서 제품을 얻은 다음 가격 인하 경쟁으로 먹어치울 겁니다. 이는 일종의 ‘길러서 잡아먹기’이죠. 과거 대만 사업의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태양광모듈부터 LED 산업까지, 과거 대만 기업이 이런 중국의 수법에 이미 많이 당했다는 뜻이죠. (물론 테슬라는 해외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합작투자 파트너 없이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열었으니, 스토리는 좀 다릅니다.)
대만 차이신미디어의 셰진허 회장 역시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에 주의를 당부합니다. “중국이 머스크에게 완전자율주행을 열어주면, 앞으로 그(머스크)의 데이터는 모두 (중국으로) 넘겨지게 될 겁니다. 만약 머스크의 (자율주행) 핵심기술이 중국에서 완전히 복제된다면 된다면 미래엔 테슬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대만 전문가의 지나치게 편향된 주장일까요? 그럴지도. 하지만 “(머스크가) 중국에서 황금열쇠를 얻었다”라는 중국 온라인 매체(시나과학기술)의 분석과 비교하면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
중국 전기차 기업의 자율주행 경쟁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불붙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시점에 테슬라라는 메기를 푸는 것도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겠죠. 중국 전기차 레이스의 후반전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테슬라가 야심차게 개발해온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의 중국 출시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FSD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키워온 테슬라엔 기회입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차량 데이터의 미국 전송을 승인해줄지가 관건입니다. 또 기술력은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성비+모방 전략으로 뒤따라올 중국 현지 기업과도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메기효과’를 기대하고 테슬라와 손잡았습니다. 현재로선 양측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셈인데요. 테슬라는 ‘중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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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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