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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은 직장인 약자들의 영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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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 소속사 어도어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이브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 소속사 어도어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요즘 유튜브 댓글들을 보면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두둔하면서 하이브를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민 대표 기자회견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가히 건국 이래 가장 충격적인 기자회견 중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는데 그 후 민 대표의 팬이 됐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민 대표의 격정토로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인식과 더불어 대중의 공감과 분노를 자아내는 프레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받은 설움을 토로하자 직장인들이 공감했고, 하이브 경영진들을 직설적으로 공격하자 그 돌직구가 사람들을 통쾌하게 했다. 경영진에게 맺힌 게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 것이다.

대기업 대 개인, 관료조직 대 크리에이터 등 거대 강자와 약자의 구도가 형성됐는데, 이런 구도가 됐을 때 대중이 강자의 횡포에 분노하며 약자에게 감정이입하는 경향이 있다. 민 대표가 여성이다보니 관료 아저씨 대 여성의 구도도 나타났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 경영진 대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의 구도도 나타났다. 이런 구도 속에서 민 대표가 약자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하지만 민 대표가 그렇게 설움 받은 약자인지는 의문이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계열사인 소스뮤직에 입사했다가 회사를 차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이브는 160억 원 정도를 들여 민 대표가 경영할 회사인 어도어를 차려주고 뉴진스를 제작할 수 있게 했다. 어도어의 이사회까지 민 대표가 장악하도록 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제 막 첫 걸그룹을 제작한 직원에게 계열사 지분 18%를 안겼다. 여기까지만 해도 일반 직장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대우다. 그런데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지분을 본사에 팔 권리까지 부여해줬다. 지금 매체마다 보도가 엇갈려서 13%~13.5%, 또는 15%, 또는 18% 등으로 나오는데, 어쨌든 이 수치 어딘가에 해당하는 지분을 팔 때 최근 2년간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것으로 회사 가치를 계산해 지분값을 쳐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경우 내년 초에 지분을 정리한다면 약 1000억원 내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게 만약 13%~13.5%의 가치라면, 나머지 5%~4.5%의 가치까지 더할 경우 1000억원이 훨씬 넘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장인이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이 정도 대우를 해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민 대표는 인센티브와 연봉 등은 별도로 받았다.

하지만 민 대표는 회사로부터 대단히 푸대접을 받은 듯이 격정토로했다. 1000억원을 떠올리면 그러한 민 대표의 설움에 선뜻 공감하기가 힘들다. 민 대표는 여유 있는 하이브 관료들과 힘들게 일하는 자신의 처지를 대비시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는데, 하이브 직원들 중에 민 대표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은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어도어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올린 본사의 CEO도 민 대표보다 인센티브를 적게 받았다고 한다.

민 대표는 이조차 부족하다며 13배가 아닌 30배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경우 매체에 따라 내용이 엇갈리는데 평가액이 2400억원+α, 또는 2700억원, 또는 3000~4000억원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4월 말 기준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의 지분가치가 약 3700억원이라고 한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의 지분가치는 13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장인인 민 대표가 YG를 창업하고 오랫동안 여러 스타를 배출한 양현석 PD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될까?

민 대표 지분 중 4.5%~5% 정도에 독소조항이 걸렸다고 한다. 하이브의 동의를 받아야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 지분을 보유하는 한 민 대표는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없는 경업금지에 걸려있다. 즉 하이브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지분을 팔 수 없으므로, 엔터업계에서 이직이나 창업을 못한다는 얘기다.

하이브 측은 주주간 계약 협상 과정에서 이 독소조항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한다. 민 대표 측은 그에 대해 하이브가 8년 동안 의무 재직, 퇴직 후 1년간 경업금지의무를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주식을 팔 권리인 풋옵션은 이 기간에 맞추어 단계별로 행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민 대표는 이런 협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경영권 탈취 모의처럼 보이는 대화까지 나누게 됐다며, 자신의 계약이 노예 계약이라는 식으로까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위 문단의 민 대표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1000억원 이상의 가치인 지분을 가져가는 대가로 ‘8년 재직+1년’을 요구한 게 그렇게 억울한 대우일까? 게다가 이 지분 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의 13배이기 때문에, 신생회사에 불과한 어도어의 영업이익이 앞으로 상승한다면 지분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8년 동안 단계별로 정리할 경우 총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수도 있어 보인다.


내부에서 벌어진 감정적인 문제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이런 경제적인 부분만 보면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데도 푸대접 받았다며 격정 하소연을 하니 의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민 대표를 설움 받는 직장인, 약자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분쟁의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이브가 질 게 뻔해 보이는 법적 대응에 나선 것도 의아하고, 민 대표가 자신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길 게 뻔한 법적 대응을 안 하는 것도 의아하다. 하이브가 질 게 뻔해 보인다는 건 모의만 하고 아직 실행을 안 했다면 법적으로 배임 유죄가 나오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무죄가 나오면 되치기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발에 나섰다는 건 지금 공개된 것보다 더 확실한 또는 다른 혐의의 증거들이 있다는 뜻일까? 나중에 지켜볼 일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증거를 짜깁기해 자신을 모함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하이브롤 고소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도 지켜볼 일이다.

ⓒ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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