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에 대한 편견·부정적 인식 없애는 것이 중요”
“과거와 만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지역 살리는 첫걸음”
“사투리에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 전통, 역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투리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지역민의 삶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죠. 평소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라면 타 지역에 이사 가거나 여행을 갔을 때, 내 고향 사투리가 들려와 반가운 기분이 들렸던 적이 있을 겁니다. 사투리는 지역민들이 서로 동질감과 유대감을 갖게 하고, 그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미디어에서의 ‘반짝’ 인기만큼이나, 삶의 언어인 사투리를 꾸준히 지키고 보존하려는 지역민들의 다양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지난 19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도구이자 우리 말과 글의 맛을 살려주는 언어적 자산인 사투리를 조명하는 전시다. 지역 사투리의 가념과 의미,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료 294건 432점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연극계에서도 사투리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말모이연극제 조직위원외가 지난 2017년을 시작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우리말 축제 ‘말모이 축제’에서는 ‘말모이 연극제’를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언어적, 지리적 특색을 지닌 작품으로 참여하는 예술단체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말모이’는 1910년 주시경 선생 뜻을 이어 편찬된 현대적인 국어사전 ‘말모이’에서 이름을 따왔다. 연극제 측은 “각 지역 언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어기본법 제4조에는 ‘지역어 보전을 통한 국어 발전과 보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시돼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사투리 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는 강원도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고, 제주도는 지난 2011년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도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 전시행사를 진행하는 등 특색 있는 사투리 관련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오히려 “말이 표준화, 즉 하나로 통합되면 편리하고 좋은 게 아니겠냐”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표준’은 오늘날 문명생활의 필수조건이었다. 그런데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지나친 표준을 강제하다 보면, 결국 획일화와 차별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은 규제받게 된다.
흔히들 표준어는 옳은 말, 사투리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편리함을 이유로 사투리는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고 세련되지 못한 말’로, 나이든 사람이 사용하는 ‘낡은 말’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젊은 사람들이 사투리를 낡은 언어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은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역어가 소멸하는 경향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순히 젊은이들이 사투리를 쓰지 않아서라는 세대담론으로 일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투리의 생존과 보존에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민들의 언어 의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민들의 언어 의식에 있다”며 “젊은 세대와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일상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영대 교수는 “사투리의 연구나 사업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만큼 보존과 확산에 유효한 것이 없다”면서 “방언을 표준어의 들러리나 박물관의 전시물처럼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사투리의 생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투리는 과거와 만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지방 언어의 소멸은 지역사람들이 과거로부터 살아오던 땅에서 강제로 추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사투리를 널리 사용하고 지켜내는 것은 바로 서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지역민의 ‘언어권리’이며 지역 살리기의 첫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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