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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은 사람’ 故민병갈 천리포수목원장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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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 (29)

조연환 제25대 산림청장의 18년째 귀촌 이야기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JEAN GIONO, 1895-1970)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즐겨 읽는다. 읽을때 마다 감동을 받는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 이 책을 필사하는 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자아르 부피에’는 양치는 사람이다. 그는 52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누구의 땅인지도 모르는 모래 언덕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는다. 10개를 심으면 2개만 싹이 나오고 그중 하나는 죽고 하나만 살아남는데도 그는 40년 동안 매일 도토리 100개를 심었다. 그 결과 사람이 살 수 없는 모래땅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낙원이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자아르 부피에’는 聖者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엘자아르 부피에’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이 땅에는 엘자아르 부피에처럼 나무를 심는 분 들이 참 많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JEAN GIONO, 1895-1970)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조연환

지난 4월 8일 고(故) 민병갈 원장님의 22주기 추도식이 천리포수목원에서 있었다. 천리포수목원을 조성하신 고 민병갈 (Carl Ferris Miiier, 1921-2002) 원장님은 1945년 미국 해군 중위로 한국에 진주하는 미 24군단 일원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해군을 예편한 뒤에도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 그는 한국을, 한국 사람을,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했다. 그의 나이 52살이 되어 서해안 모래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천리포수목원 조성이 시작된 것이다. 1972년의 일이다.

고, 민병갈 원장님의 22주기 추도식.ⓒ조연환

고 민병갈 원장님은 ‘나무가 주인인 수목원’을 만들고자 하셨다. 수목원 조성 설계도가 없었다. 이 나무를, 이 묘목을 어디다 심어야 잘 살 수 있을까만을 생각해서 나무가 살기 알맞은 곳에 나무를 심었다. 오직 나무 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는 전국을 답사하며 종자를 채취했다. 자기 고국 미국에서 귀한 종자와 묘목을 힘들게 구해 오기도 했다. 어렵게 구해 심은 어린 묘목과 씨앗이 서해안 바닷바람과 척박한 모래땅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갈 때마다 “나무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살려 주지 못해 미안해” 하며 죽어가는 자식을 비라보듯 비통해 하셨다.

천리포수목원 민병갈 원장님 흉상에서.ⓒ조연환

그는 특별히 목련 나무,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 무궁화를 많이 심었다. 목련만 해도 600여 종이 있다. 현재는 1만 6천 종 넘는 나무 들이 자라는 세계적인 수목원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수목학회로 부터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정받았다. 사람이 심었는데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조성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故 민병갈 원장님께 꽃한송이 바치다 (앞줄 좌측).ⓒ조연환

고 민병갈 원장님은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한복을 즐겨 입고 된장찌개를 즐기며 한옥에 살다가 한국 땅에 묻히셨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면서 평생 모은 돈을 몽땅 천리포수목원 나무 심는 일에 쓰셨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나는 나무와 결혼했다’고 말씀하셨다.

고 민병갈 원장님께서는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라,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 더 심으라”고 유언하셨다, 그런데도 내가 천리포수목원장으로 부임해 보니 민 원장님 묘가 깊은 산속에 있었다. 2012. 4. 8. 고 민병갈 원장님 10주기 추도식 때 천리포수목원 한 중앙 리틀잼목련나무 아래 민 원장님을 수목장으로 모셨다. 그보다 앞서 2005년 4월에는 산림청장으로서 고 민병갈 원장님을 광릉 국립수목원에 있는 ‘숲의 명예전당’에 모셨다.

민병갈 원장님 10주기 추도식 때 천리포수목원 한 중앙 리틀잼목련나무 아래 민 원장님을 수목장으로 모셨다.ⓒ조연환

지난 4월 26일, 참 의미 있는 감사패를 받았다. 나무로 만든 감사패에는 “지난 40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끌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조연환 님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감사패를 드려야 하는데 도리어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패를 받다.ⓒ조연환

유한킴벌리가 벌이고 있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40주년을 맞았다. 40년 간 이 캠페인을 통하여 5천 7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국민 1인 당 한 그루씩의 나무를 심은 셈이다. 산에도 심고, 마을에도 심고, 학교에도 심고, 아파트에도 나무를 심었다. 국내는 물론 북한 땅에도 나무를 심었고, 중국과 몽골 사막에도 나무를 심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40주년을 맞았다. ⓒ조연환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나무 사용량에 따라 법적의무로 산업비림용(産業備林用) 나무를 심는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산업비림을 조성할 의무가 있는 기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40년째 나무를 심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회사 소유 산은 한 평도 없다.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산에 나무를 심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처음 시작하신 분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님이시다. 그는 이 회사 부장 때 “왜 나무 심는 캠페인을 해야 하는냐”고 반문하는 분들을 설득해서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유한킴벌리 사장이 되어 더욱 활성화했으며, 사장을 퇴임한 후에도 숲과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계신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40주년 기념식에서 감사패를 받으며 “100년 기업이 되어 100년의 숲을 만들어 달라”고 말씀드렸다.

앞줄 좌로부터 이돈구 전,산림청장, 마상규 박사, 본인, 문국현 전,유한킴벌리 사장, 이세중 변호사, 김후란 문학의집서울 이사장, 허상만 전,농림부장관. ⓒ조연환

엘자아르 부피에는 ‘나무를 심은 사람’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끌어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다’

누가 과연 잊을 수 없는 인격을 가진 분 들일까.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 아니겠는가. 나무를 심어 40~ 50년을 길러도 별 소득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무 심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엘자아르 부피에’는 聖子로 추앙받는데, 정작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꾼 분 들은 왜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5월이다. 온 산이 봄빛으로 찬란하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이 계시기에 찬란한 봄의 싱그러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들이 계심을 기억하자.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를 만나보세요. ▼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

저자
조연환
출판
뜨란
발매
2018.05.20.

▼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녹우정에서 띄우는 편지’연재▼

28. 아내와 다래 순 따는 행복에 녹우정의 봄이 익어간다

https://blog.naver.com/nong-up/223418042350

글 = 조연환(전 산림청장)

정리 =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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