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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이 쏟아낸 말들중 K-팝 산업계가 귀 담아 들어야 할 점들[서병기 연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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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25일 2시간 15분동안 쏟아낸 말들은 언뜻 두서 없고 감정에 치우친 듯하지만 정곡을 찌른 말들이 많다.

그중에서는 K-팝 산업 전체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 말들도 많아 공감과 여운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K-팝 산업은 글로벌화와, 상장사들이 문화 마인드 보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면서 지향하게 되는 거대화와 관료화 과정속에서 가시적인 발전들도 이뤘지만 많은 모순점을 내포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명 못지 않게 암도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윤 추구가 급선무인 K-팝 산업은 그런 모순과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기 보다는 생색내기 수준에서 그치기 마련이다. 그 한 예가 민희진이 말한 “오일 무슨 녹는 종이.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 종이는 다 녹아요. 차라리 앨범을 덜 찍어야죠”다.

민희진은 대한민국 4대 음악기획제작사중 무려 두 곳에서 근무하면서, 발전속 모순점들을 리얼 생버라이어티로 목격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투사는 아니다. 제도권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 승승장구한 사람이다. 이 말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라는 거대 기업에서 뉴진스 설계자와 어도어 CEO로서 일을 하다보니,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일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레이블도 적자(嫡子)가 있고, 서자(庶子)도 있고…

민희진은 하이브와 어떤 갈등이 본격적인 분쟁의 계기였는지는 몰라도, 잘못된 점과 개선점을 골자로 하는 내부고발을 했더니 답이 (감사(感謝)가 아니라) 감사(監査)였다고 했다.

현재 K-팝이 산업적으로 볼때 드러나고 있는 가장 큰 고민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건 방시혁 의장이 먼저 지적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최근 주요 시장에서 발견된 K-팝 관련 지표의 하락이라는 위기론의 근간은 강력한 팬덤의 소비”라면서 “K-팝을 강렬하게 소비하는 헤비팬덤이 확장성의 한계가 되기도 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K-팝을 소비하는 라이트 팬덤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더 가야 K-팝이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K-팝이 헤비 팬덤 중심 구조가 되도록 크게 일조한 사람이 방시혁 의장이다. 왜냐하면 방시혁 의장은 BTS를 세계가 사랑하는 음악 콘텐츠로 만들었고, 여전히 하이브의 마케팅 전략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3년 1~11월까지 국내 음반 판매량 인기 400위까지의 K-팝 누적 음반 판매량은 1억 1600만 장으로 집계됐다. 세븐틴은 이 기간동안 무려 16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는 랜덤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과 같은 과도한 상술이 숨어있고, 여기에 포섭되는 구매자는 헤비팬덤이 될 수밖에 없다. 헤비팬덤에 그물을 던져놓고 걸려들게 만드는 프로모션 방식이다. 라이트 팬덤을 확장하자고 해놓고, 헤비팬덤으로 큰 돈을 버는 형국이다.

한 해 동안 발매된 1억 6000만장의 CD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이 CD는 포토카드 수집용이지, 듣는 용도가 아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복지관 등에 CD를 기부했는데, 거부당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CD 발매를 많이 하는 4대 기획사도 이를 공론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오프라인 음반 판매액수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많으면 20%대 중반까지 올라간다.

민희진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희진은 “업계에서 음반 랜덤 포토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같은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걸 찌질하게 무슨 랜덤으로 돌려서 팔지만, 콘텐츠로 승부해서 얼마나 파는지 보자”라면서 “(포토 랜덤으로)수치가 올라갈 수는 있어도 시장도 비정상적이 된다. 나중에는 주식시장이 교란된다. 왜냐하면 (매출이) 살짝 꺾일 수 있고, 유지될 수도 있는데, 계속 우상(향). 그게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돼. 앨범 또 사고. 지금 음반 시장은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걸 고치기 위해 뉴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꼼수를 부리지 말고 이런 걸 안해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내가 하이브에게 열 받는 게 뭐냐면, 그 물을 하이브가 흐리는 거야. 그걸 막 물타기 해서. 이건 창작물을 떠나서 상도의에 안맞아. 소비자를 생각 안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팝이라고 ‘상술’을 펼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기업이 마케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업의 본질인 음악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는 ‘상술’이어야지, 음악과 안무 등 아이돌 음악의 본질을 벗어난 마케팅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이런 건 공정거래에도 위배될 수 있다.

한국 아이돌 시장은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로 10~20대의 숫자가 적어졌다. 그래서 해외로 마케팅 방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세븐틴 음반의 중국 구매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포토카드 랜덤 등으로 한 사람이 음반을 5~15장을 사게 만들고, 멤버가 많은 그룹은 더 많은 음반을 사야 포토 카드를 전부 모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인해 이미 해외 언론에서도 K-팝 산업이 건강하지 많다는 식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희진은 또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문제와 관련, “방시혁 님이 손을 떼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의장은 두루 보아야 하는데. 어떤 건 (프로듀서 역할을) 안하고, 어떤 건 (시혁 님이) 주도하죠. 의장이 주도하면 알아서 기는 사람이 생긴다. 그게 인간이 잘못됐다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다.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고결정권자가 그냥 위에 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큰다. 현재 식으로 하면 밖에서 볼때 누가 적자냐, 누가 서자냐 하는 쓸데 없는 논의가 나오게 된다”고 했다. 멀티 레이블 운용 방식에서는 민희진에게 100% 동의 하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타당한 부분이 있다.

민희진은 앞으로 하이브와 비즈니스적인 분쟁에서는 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향후 K-팝 산업이 건강성을 유지하고, 긍극적으로도 규모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으려면 귀를 기울여 들어야 될 점이 많다는 점도 이번 기자회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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