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시인 신경림 별세

위메이크뉴스 조회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

Screenshot 2024-05-22 at 14.30.14.JPG
신경림 시인. 사진=창비 제공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와 ‘농무’ 등을 쓴 문단의 원로 신경림(88) 시인이 22일 별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암으로 투병 중이던 신 시인은 이날 오전 8시 17분께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문인들은 고인과 그의 작품이 한국 현대시와 문단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고려해 장례를 주요 문인단체들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1956년 ‘문학예술’지에 ‘갈대’, ‘묘비’ 등의 작품이 추천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73년에 농민들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펴냈다.

시인은 이후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남한강'(1987), ‘가난한 사랑노래'(1988), ‘민요기행 2′(1989), ‘길'(1990), ‘갈대'(1996),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9), ‘낙타'(2008), ‘사진관집 이층'(2014) 등의 시집을 써냈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의 시론·평론집도 내놨다.

특히 ‘가난한 사랑노래’는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즐겨 찾는 시로 꼽힌다. 고인은 민초들의 슬픔과 한, 굴곡진 삶의 풍경과 애환을 질박하고 친근한 생활 언어로 노래해온 ‘민중적 서정시인’이었다. 일찍이 문학평론가 최원식은 그를 “우리 시대의 두보(杜甫)”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생전에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위메이크뉴스
content@feed.viewus.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덕유산 캠핑장 덕유대 국립공원 야영장 정보
  • 기자들이 하도 재밌다 해서 속는셈 치고 봤는데…배꼽 잡은 이 영화
  • 얼짱 학원 강사로 제2의 인생 전성기 맞이한 추억의 아이돌 근황
  • 14살 나이차에 가족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애중인 남녀스타 커플
  • 연예인 외모에 일도 너무 잘해 유명한 설경구의 개인비서
  • 성수동 놀거리 7월 팝업스토어 7개 데이트코스 후기

[AI 추천] 공감 뉴스

  • 청주 아이와가볼만한곳 나들이로 좋은 국립청주박물관
  • 넷플릭스 돌풍 후기 실화일까? 돌풍 결말 스포❗️작가, 등장인물 관계도 정리!
  • 사조 기업이 다시 상승하다!
  • '급발진 여부' 대안으로 등장한 '페달 블랙박스'
  • 이성민 배우의 고백, "일만 열심히 했지..."
  • 마흔 넘어,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순간 1위 "'이것' 할 때..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덕유산 캠핑장 덕유대 국립공원 야영장 정보
  • 스벅 무릎 꿇린 호주 멜버른 커피 성지 3
  • 갤 워치, 당뇨 조기 징후까지? 관련 단서 포착
  • 애플, ‘적외선 카메라’ 적용한 에어팟 출시한다?
  • 사람들이 잠자다가 가장 많이 죽는 시간대
  • 한국인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신문물
  • 올해 7월부터 바뀌는 부동산 전세관련 제도
  • 지옥의 알람시계
  • 대만 월급의 현실.. jpg
  • 고깃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4개 중에서 하나 서비스로 주겠다고 하심
  • 10년동안 혼자서 장사 중인 78세 1인 카페 사장님
  • 아침에 일어나서 꼬질꼬질 머털이 된 꽃분이🌸 (나혼자산다 강쥐)

[AI 추천] 인기 뉴스

  • 덕유산 캠핑장 덕유대 국립공원 야영장 정보
  • 기자들이 하도 재밌다 해서 속는셈 치고 봤는데…배꼽 잡은 이 영화
  • 얼짱 학원 강사로 제2의 인생 전성기 맞이한 추억의 아이돌 근황
  • 14살 나이차에 가족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애중인 남녀스타 커플
  • 연예인 외모에 일도 너무 잘해 유명한 설경구의 개인비서
  • 성수동 놀거리 7월 팝업스토어 7개 데이트코스 후기

[AI 추천] 추천 뉴스

  • 청주 아이와가볼만한곳 나들이로 좋은 국립청주박물관
  • 넷플릭스 돌풍 후기 실화일까? 돌풍 결말 스포❗️작가, 등장인물 관계도 정리!
  • 사조 기업이 다시 상승하다!
  • '급발진 여부' 대안으로 등장한 '페달 블랙박스'
  • 이성민 배우의 고백, "일만 열심히 했지..."
  • 마흔 넘어,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순간 1위 "'이것' 할 때..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덕유산 캠핑장 덕유대 국립공원 야영장 정보
  • 스벅 무릎 꿇린 호주 멜버른 커피 성지 3
  • 갤 워치, 당뇨 조기 징후까지? 관련 단서 포착
  • 애플, ‘적외선 카메라’ 적용한 에어팟 출시한다?
  • 사람들이 잠자다가 가장 많이 죽는 시간대
  • 한국인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신문물
  • 올해 7월부터 바뀌는 부동산 전세관련 제도
  • 지옥의 알람시계
  • 대만 월급의 현실.. jpg
  • 고깃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4개 중에서 하나 서비스로 주겠다고 하심
  • 10년동안 혼자서 장사 중인 78세 1인 카페 사장님
  • 아침에 일어나서 꼬질꼬질 머털이 된 꽃분이🌸 (나혼자산다 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