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 배우를 만나다
5월 29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류선재 역의 변우석을 만나 종영 기념 소회를 풀었다. 인터뷰 장소인 모 카페 앞에는 변우석의 얼굴을 보러 온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그야말로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실감하며 카페에 들어서니 환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15년 동안 총 4번의 타임슬립과 아름다운 영상, 인물의 다채로운 감정이 극대화되며 매회 파급력을 발휘했다.
월화 오후 8시 50분에 방영된 드라마는 ‘월요병 치료제’가 불리며 수많은 애청자의 일주일을 구원했다. ‘솔선커플’, ‘솔선재커플’,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 등 다양한 수식어를 낳았다.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물, 학원 청춘물이 아니다. 15년 동안 쌍방 구원 서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애절함과 결합해 소녀감성을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2030 미혼 여성을 타깃으로 했던 드라마는 30대 이상 기혼여성으로까지 시청층을 확대하며 ‘선재앓이’를 양산했다.
초반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최고 시청률도 5%대로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 맞춰 TV를 보는 사람이 드문 시대에 OTT 시청층을 생각하면 시청률은 큰 의미가 없다. 대신 SNS 속에서 매주 화제성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체감하기 충분했다.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기다리던 시청자는 지난 28일 극장을 빌려 1,000명이 마지막 회를 함께 보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당시 변우석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는데 인터뷰 현장에서 이유를 묻자 “스태프가 모인 관이었다. 마지막 영상을 보니까 그동안 고생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재를 너무 사랑했는데 이제 끝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90도 폴더 인사로 선재를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선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각인까지도 “좋아하고 사랑했던 캐릭터로 불리는 게 너무 큰 행복이다”며 해맑게 대답했다.
얼마 전에는 대만 팬이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에게 인기를 실감하냐고 물으니, 아직은 어리둥절하다고 설명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있고 좋아했던 부분을 다들 좋아해 주길 바랐는데 꿈이 이루어졌다”며 “이시은 작가님의 글이 워낙 아름다워서 그 장면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판타지 장르라서 재미있을 것 같았고 어떤 식으로 타임슬립을 구현할까 궁금했다. 다시는 해볼 수 없는 꿈을 꾸던 때, 일상과 동떨어진 타임슬립이란 장치가 흥미로웠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꼽았다.
임솔은 삶의 원동력이 되는 존재
-10대(19살)는 수영선수, 20대(20살)는 체교과 대학생, 30대(34살)는 아티스트로 활동한다. 여러 나이를 오가며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때마다 외모 혹은 감정이 세밀하게 차이 난다.
“고등학생 때는 미성숙한 선재다. 서툴러서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 운동만 하다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너무 좋아하는데 앞에서 티 내지 못해 발발 동동 구르는 거다. 임솔이 선재를 보지 못하는 곳에서(혼자 있을 때)의 마음에 중점 두었다. 20대 때는 이미 거절당했고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 사람만 사랑했던 시간, 약간의 성숙함을 더했다. 30대는 짝사랑의 감정은 유지하면서 톱스타로서의 까칠함과 섬세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수영 선수의 피지컬, 톱스타의 아우라와 노래 실력, 감정연기도 해야 했다. 제작 발표회 때 윤종호 PD는 영화 <20세기 소녀>를 보고 ‘청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첫사랑의 아이콘, 청춘, 소년미 등등. 선재로 캐스팅한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나.
“무조건 하고 싶다고 선재를 맡았지만 막상 해야 한다고 하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하자 생각했다. 수영은 3개월 정도 배웠고, 콘서트 장면은 제스처 몇 가지는 정해두고 나머지는 알아서 즐겨달라고 하셔서 마음껏 놀았다.
음.. 첫사랑, 청춘 재질인 건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 생각나는 건 <소울메이트> 때 민용근 감독님이 제 ‘눈’에 대해 칭찬해 주신 적 있다. 진우가 가진 눈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말해주셨다. (<청년경찰>에서 쓱 지나간 건 있지만) <소울메이트>는 제 영화 데뷔작이다. 재개봉하게 돼서 감사하다. 보면 볼수록 감정이 다른 영화라서 재개봉하면 또 보고 싶다”
-드라마는 시간을 초월하는 판타지 설정을 넘나들며 애틋함을 건드리는 감정선이 있다. 대본을 읽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 미팅 때 4회까지 읽은 상태였다. 눈 내리는 한강 다리 장면은 4회까지 방송되어야만 서로 엇갈린 톤으로 연기했는지 알게 된다. 그 장면이 지문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2회 엔딩에서 선재가 임솔을 먼저 좋아했다는 걸 안 순간을 (시청자는) 4회에서 알게 되는 거다.
‘아.. 그래서 이렇게 연기했어야 했구나’를 저도 알게 되더라.
담백한 버전, 감정이 더해진 버전 2가지를 준비했었고. 그제야 감독님과 작가님이 원하는 톤을 짐작하게 되었다.”
-또한 가장 어려웠던 감정 장면도 많았다. 최애 장면을 꼽자면.
“15년 동안 기억을 잃고 있다가 임솔에게 돌아가서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다. 감정 없이 대하던 순간에서 다시 생각나는 순간까지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기억을 잃은 선재도 찾은 선재도 어려웠다. 그 중간을 잘 맞춰갔던 건 현장에서 피와 살을 맞대며 이야기 나눈 감독님 작가님의 공이 크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작가와 감독이 함께 만들어 간 것 같다.
“16회 대본이 완전히 다 나온 게 아닌 상태에서 촬영했었다. 저도 대화 나누면서 연기에 도움받고 역할을 만들어가는 소통 방식이 처음이었다. 나이를 이동하기 때문에 그 순간마다 제스처나 말투가 달라지고 감정의 순간을 상의해가면서 고민해나갔다”
-김혜윤은 임솔과 싱크로율을 50%라고 말했다. 선재와 싱크로율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갑자기 미니홈피 배경음악이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계속하고 싶고 깊이 생각하는 편이다. 선재는 임솔을 좋아하고 살려야 한다는 특수한 경우가 더해졌는데, 저는 그 정도로 누구를 좋아한 적은 없어서 선재랑 감정의 깊이는 다를 것 같다. 사람을 대할 때 행동이 비슷한 점은 있지만 또 다르다. 저는 선재처럼 행동이 그렇게 서툴지는 않다. (웃음)
미니홈피에는 수영에 관련된 장소나 친구들만 있었을 것 같다. 배경음악은 아마 버즈의 ‘겁쟁이’가 아니었을까. (웃음) 코인노래방 가서 혼자 노래 부르기도 하고, 샤워할 때 노래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소나기’는 음악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잡아주어서 실력보다 더 잘 나온 거다. (웃음)”
-김혜윤과 호흡, 케미가 환상적이다. 소문에 의하면 김혜윤과 파트너였던 남자 배우는 톱스타가 된다는 말도 돈다. (웃음)
“일부러 노린 건 아닌데.. (웃음) 혜윤이가 해주면 더 잘해주겠다고 생각했다. 혜윤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항상 고맙다. 선재가 있을 수 있었던 거는 혜윤이 해주는 눈빛, 감정 때문에 완성된 거다. 처음 드라마 주인공을 해봐서 몰랐던 컨디션 조절법도 알려줬다. 주인공이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 마지막 촬영까지 어려웠는데 달달한 거 먹으면서 이겨내는 법을 알려줬다. (웃음)”
*(기자 왈) 실제 김혜윤 인터뷰 때 상황을 떠올려 보니 주변에 젤리, 초콜릿이 쌓여 있었다*
-선재처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이 질문 많이 주시는데 그때마다 다르게 대답했다. (웃음) 7살쯤으로 돌아가서 천재 아들을 둔 부모님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특히 할머니와 관련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16회를 보고 느낀 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웃음) 돌아간 변우석은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으니까 재미있을 것도 같지만. 어제 마지막 회를 보면서 느낀 감정, 현실의 소중함을 느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다. (웃음)”
팬미팅 대기번호 50만 번째..
티켓팅 실패
-과거 인터뷰에서 100여 차례 오디션에 떨어졌었고, 한 달에 30번 오디션을 보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가 아니다. 스무 살에 모델로 활동하다가,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연기 데뷔했다. 2020년 드라마 <청춘기록>의 해효가 마치 본인 캐릭터의 성장 같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건 뭐였을까.
“<청춘기록>에서는 모델에서 배우를 시작한 배경이 해효와 맞닿아 있지만, 실제는 살아온 환경은 혜준(박보검)과 가까워서 둘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디션에 떨어지고 대본 리딩까지 했는데 떨어질 때마다 흔들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변에 좋은 분이 계셨고 믿어 주셨다. ‘너로 있어라’라는 말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헤쳐 나가는 게 지금까지 서 있을 원동력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지금까지 버티며 배우 일을 하게 되었다”
-어엿한 8년 차 배우가 되었다. 모델에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떠올려 보다면.
“배우를 어떤 작품이나 배우를 보고 해보자고 생각한 건 아니다. 어떤 삶이 행복할까 생각해 봤을 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노트북>의 ‘노아(라이언 고슬링)’ 캐릭터를 좋아하고 있을 때였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하는 순정남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선재가 딱 와주었다”
-하고 싶은 일은 기어코 하고야 마는 욕심, 평소 승부욕이나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말을 들을 것 같다.
“어떤 순간에는 승부욕이 커지지만 잠을 설치면서까지는 아니다. 그저 일에 대한 갈망이다. 연기가 좋아서 선택한 내 일이라서 잘하고 싶다. 선재를 월요병 치료제라고 해주시고 힘들었던 삶이 조금은 행복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뭉클했다. 제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는구나 느꼈다. 그래서 연기로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로 전작인 드라마 <힘쎈 여자 강남순>에서 섹시 빌런 이미지를 벗고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사극, 청춘물, 악역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로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을 거고 그만큼의 영향력은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어떤 순간이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동안 선재로서 사랑받아서 이제는 다른 걸 보여 드려야겠고,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 때 수학시험에서 100점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다음에도 또 그러고 싶었다. 경험이라는 소중한 감정을 또다시 느끼고 싶다. 그래서 장르나 캐릭터를 고르기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이 동요되는 공감이 또 찾아온다면 감사하게 해볼 생각이다”
-드라마의 키워드 중 하나가 ‘덕질’이다. 무언가를 덕질 해본 경험을 듣고 싶다. (웃음)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말티즈 ‘피스’라고 강아지 덕질을 했었다. (웃음) 성인이 돼서는 ‘티모시 샬라메’를 좋아했다. <듄>의 ‘폴’캐릭터가 멋있더라.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꿈꿔 봤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제일 좋아하는데 잔잔하게 연기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카리스마가 멋졌다”
-인생작을 만나 인생 캐릭터 ‘선재’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다. 앞으로 있을 아시아 팬미팅도 기대된다. SNS에 티켓팅 실패 후기가 넘쳐난다.
“저를 보러 큰돈을 들여 와주시는 거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게 많다. 기억에 남으셨으면 좋겠고 재미있게 준비 중이다. 저도 그날 회사 가서 티켓팅을 했는데 대기 번호가 5만 번인 줄 알고 봤다가.. 50만 번인 거 보고 놀랐다. 인생 첫 티켓팅 있는데.. 실패하다니.. 신기했다. (웃음)”
-첫사랑의 이미지는 청춘과도 같아 아름답지만 굳어지는 경향도 피할 수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기분이다. 처음 주연을 맡으며 책임감도 커져 지금껏 받아 온 도움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촬영 10개월, 방송 2개월 1년 동안 선재로 살았다. 첫사랑 이미지와 애칭이 생긴 것도 아무나 가질 수 없기에 감사하다. 더 발전된 모습,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 주시리라 믿는다.
욕심이 있는 편이라 배우로서 만족할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이제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인 거다. 아직 전 도움을 더 받아야 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다. (웃음) 작품이란 게 배우 혼자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고와 봐주시는 분들의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 같이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
변우석은 캐스팅이 계속 불발되어 3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까지 더하면 3년을 기다려 류선재를 만난 셈이다. 배우에게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의 만남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 모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얻는 건 아닐지 생각했다.
한편, 벌써부터 월요병에 시달리는 선친자에게 기뿐 소식이 하나 있다. 영화 <소울메이트>의 재개봉으로 선재앓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겠다.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변우석은 7월 아시아 팬미팅을 준비중이다.
글: 장혜령
사진: 바로엔터테인먼트,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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