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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유재석을 방송에서 말발로 이겨 화제가 된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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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탈주’의 구교환 배우를 만나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서 유재석에게 소속사 대리라고 농담했는데. 진짜로 유재석을 믿게 만드는 화려한 언변으로 네티즌들을 열광시킨 구교환.

그 정도로 구교환은 어떤 역할도 정형화하지 않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배우다. 항상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리드하는 유쾌함 속에 영화 연출자답게 협업 전반부를 생각하고 연기한다. 그럼에도 모든 공을 혼자가 아닌 모두에게 돌리는 겸손함까지 몸에 배어있다.

그는 “말주변이 없어서 제 생각을 영화로 만들고, 연기로 표현하려고 힐다”며 “대여섯 명과 이야기하는 소규모 모임이 좋다. 마음이 같으면 농담도 잘한다. 말을 잘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인터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영화 <탈주>는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이 철책 넘어 탈주를 준비하지만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이 바짝 따르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94분이란 러닝타임 동안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목표와 관객의 시간을 빼앗고 싶다는 욕망이 더한 영화다. 도파민과 쇼츠가 유행하는 시대에 젊은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충족한다. 관객의 니즈에 응하면서도 재미와 메시지를 고루 갖춘 소위 돈값 하는 영화가 <탈주>다.

그중 북한 보위부 소좌 리현상을 맡은 구교환을 6월 20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캐릭터 해석력, 적재적소에 맞는 유머 코드, 애드리브 등 구교환이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는 이유, 창작자의 태도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섹시 빌런 탄생? 모두의 작품

-드디어 이제훈의 오랜 러브콜이 성사된 순간이다. <탈주>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시상식 때문인가. 앞선 인터뷰에서 이제훈이 감독을 맡으면 캐스팅 1순위라고 하더라. 호흡 맞춰 보니 어땠나.

“<탈주>를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시작과 끝이 다른 리현상을 얼굴이 궁금해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현상은 엔딩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가면을 벗는다. 바람 부는 커튼 앞에서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이 현상의 본래 얼굴이다.

둘째는 배우, 감독 때문이다. 캐스팅까지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서로 호감만 있다고 성사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탈주>는 우주가 도와준 작품이라 내내 즐거웠다. 이제훈과 감독과 배우 사이로 또 만나고 싶다. 그를 누가 마다하겠나? (웃음)”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다. 임규남은 내무반에서 눈 뜨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반면, 리현상이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다. 전체적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메트로섹슈얼 코드 때문에 관능이 배가 되며, 북한 장교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이 아니라 매력적이다. 캐릭터 빌드업에 신경 쓴 부분이 궁금하다.

“현상과 규남의 관계를 보여주려는 방향 같았다. 포마드 스타일, 립밤, 핸드크림을 바르는 행동으로 현상의 진짜 모습은 숨어있다. 불안을 감추기 위한 거다. 규남에게 강력한 장애물이 생긴다는 감독의 철저한 의도다. 저는 현상을 섹시하게 보여주려 게 아니었다. (웃음) 외향이나 섹시 코드는 의상, 분장 스태프가 만들어 준 거다. 관능적으로 보이려고 특별히 노력한 건 없다. 모든 게 시나리오, 콘티 기반이다. 짜인 틀에 충실했을 뿐이다.

영화는 절대 저 혼자가 아닌 철저한 협업이다. 다 그 정서에 맞는 조명과 앵글에 통해 조절하는 거다. 저는 제 일을 하는 거고, 스태프는 전문 분야를 열심히 하는 거다. 그것들이 합쳐져 싱크가 맞는 순간 시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송강과 한 작품 더 하고 싶어!

-현상은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배웠지만 그만두고 군인이란 직업을 선택했다. 최선이었던 피아니스트를 포기하고 차선책도 꽤 잘해낸다. 현상에 걸맞은 현실 안주인데 군인마저도 직접인으로서 참, 잘해나간다. (웃음)

“현상도 규남만큼 꿈을 이루려는 욕망이 강력했다. 피아노를 치고 싶고 피아노만 생각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료에게 ‘지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라’라고 하는 말, ‘거기(남한은)는 지상낙원일 것 같아?’라고 규남에게 하는 말도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거다. 본인이 가지고 싶지만 일부러 부정하는 상태다. 자세히 보면 현상의 대사에 (주제, 메시지) 힌트가 많다.

현상의 능력치는 음악이 베이스다. 청력이 발달한 것도 음악으로부터 기인했다. 액션의 특징은 메트로놈이 ‘똑딱똑딱’ 움직이듯이 디자인되었다. 숨 참고 쏘는 리듬감에 기반을 두었다. 전반적으로 영화적 허용이란 테두리 안에서 레벨 조절이 탁월했던 거 같다. 현상이 규남을 대하는 태도에도 유머가 들어 있다. ‘규남아!’라고 부르는 한마디에도 둘의 과거를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 물티슈 장면과 1+1이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인간이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생기는 에너지가 바로 초능력이지 싶다. 규남이 체제를 벗어나려 안간힘 쓰는 것도 꿈이 초능력화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영화 제작 현장이나 혹은 일상에서 초능력이 발휘된 순간이 있었을까.

“영화는 철저히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한마음이 되는 게 바로 초능력이지 싶다. 준비된 계획, 프레임 안에서 멋진 장면이 탄생한다. 저는 준비한 만큼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래도 갑자기 해가 바뀐다던가.. 드라마틱한 우연은 간혹 일어난다. 영화사적으로 꼽히는 <남과 여>(1966)의 마지막 장면 같은 우연 말이다. 흑백의 롱테이크가 선물 같은 장면으로 남았지만, 사실 필름 수급이 어려워서였지 아마.. (웃음)

영화 밖에서는 이종필 감독과 이제훈 배우가 저를 캐스팅하기 위해 자비에 교수처럼 영적인 주파수를 던진 에너지(?) 그게 아마 초능력이 발휘된 순간이지 싶다. (웃음)”

-현상은 규남을 쫓아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애착도 있었겠지만 부럽고 질투도 났을 것 같다.

“현상은 질투도 있겠고 부러운 심정이었을 거다. 선우민(송강)이란 존재가 과거, 러시아에 두고 온 꿈이라면 규남은 현상이 꾸는 꿈같은 존재다”

-선우민과 리현상. 두 사람의 퀴어적인 분위기도 인물과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선우민은 내면의 탈주다. 러시아에 있을 때 (마음속) 창문을 열어준 존재, 음악적 영감을 준 사람이다. 현상을 부끄럽게 만드는 유령,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수치심을 느끼도록 자꾸만 건드려 재회했을 때 민망한 태도가 표현되는 이유다.

송강은 직장동료(나무엑터스)라 회사 행사 있을 때 자주 보는 사이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어른스럽기도 하고 소년미도 있다는 거다.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 좋아지는 친구다. 그 관점 그대로를 <탈주>에서 투영해 연기했다. 제대하면 한 작품 더, 이번에는 좀 길게 하고 싶다. (웃음)”

-규남은 뛰고 구르고 빠지는데 현상은 기품을 유지하며 백조처럼 우아한 움직임이 대비된다.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연기, 고생도 혼자 다 했다고 들었다. 당시 휴차라서 직접 본 건 아니라 스크린에서 처음 확인하고 놀랐다. 현장의 밀도와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니까 제 마음도 움직이더라”

규남 같은 마음으로 살려는 교환

-배우는 작가의 시나리오, 감독의 디렉팅대로 움직이지만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력을 갖춘 독립적인 시선도 필요하다. 구교환이 본 리현상은 어땠나.

“저도 현상 같은 시간을 통과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참으면서 현실에 순응) 각자 살면서 현상 같은 일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상처럼 시스템에 갇힌 현실이 더욱 살벌하기는 할 텐데. 저라면 벗어나는 게 두려울 것이고 규남처럼 체제를 뚫고 나오지 못했을 거다”

-규남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현재 바라는 건 뭔지 알고 싶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웃음) 규남 같은 성공은 아니더라도 영화를 만든다는 자체가 즐겁다. 지금 당장의 꿈을 말해보라면.. 13살 강아지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웃음)

배우는 매일 이직하는 직업이라 새로운 취향의 연출자, 스태프를 만나는 협업이 기다려진다. <메기> 찍을 때의 마음, 첫 단편 찍을 때의 마음이나 에너지의 농도는 언제나 같다. 장편 영화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시면 안 된다. (웃음)

-이종필 감독과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도 함께 했다. 창진이 <러브레터>의 후지이 이츠키를 패러디한 장면이 있었는데, <탈주>에서도 그 느낌이 있어서 반가웠다.

“이종필 감독과 작업하면 재미도 있고 세계관이 궁금해진다. 인물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든다. [박하경 여행기]가 그런 이야기였다. 비하인드인데 <탈주> 찍을 때 뭐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박하경 여행기] 준비한다길래 제가 무조건 껴달라고 졸랐다. (웃음) 그래서 부산의 이창진이 된 거다.

<러브레터> 시그니처 커튼 장면과 겹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창진과 현상은 전혀 다른 인물이고 부산과 북한이니까. 새삼 ‘그런 우연도 있구나’ 정도다”

-독립영화 스타부터 연기, 연출, 시나리오, 편집 등. 이제 상업성도 갖춘 스타가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창작 작업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

“편집 툴을 다루는 게 너무 좋다. 함께 호흡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툭툭 자르고 이어 붙이는 작업도 좋아한다. 연기와 연출은 다르니까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연출이나 시나리오 작업할 때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관객의 재미’다. <탈주>는 그런 의미에서 속도감 있는 편집이 인상적인 영화다.

애초부터 90분 내외로 디자인될 거라고 했고 거기에 맞는 결과물이 나온 거 같다. 러닝타임 안에서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인물을 향한 애정도 놓지 않았다. 규남과 현상의 관계성까지 찾아 준 건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예뻐하는 감독인 거다. (웃음)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영화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감독은 약속을 안 지키니까. (웃음) 저를 인터뷰하고 나서 기사로 쓰는 작업과 비슷하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다양한 분의 해석이 더해져 리듬감도 생기는 것과 같다. <탈주>도 편집의 템포가 살아 있고, 음악도 잘 쓰였다. 귀중한 관객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영화다. 많이 보러 와주셔서 시간 체크 안 하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웃음)”


글: 장혜령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탈주 감독 출연 이호정,신현지 평점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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