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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납치되어 50년 동안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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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에이스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태인(하정우)은 상공 훈련 중 납북이 의심되는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하이재킹 상황을 의심하고 명령에 불복종해 강제 전역한다. 분명 엔진을 맞추면 모든 승객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한다’는 본능과 직업 정신으로 임했지만 고통받는 가족을 목격하며 회의감에 빠진다.

이후 민항기 부기장이 된 태인은 동료와 선배의 기피 대상 1호로 떠오르며 씁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기장 규식(성동일)과 비행을 떠난 어느 날, 2년 전은 목격자였지만 이번엔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며 중심에 선다. 여객선에는 목적지가 다른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으니,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빨갱이 프레임도 모자라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한 용대(여진구)였다.

그는 사제폭탄을 터트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협박해 북한으로 가자며 승객을 인질 삼는다. 이에 당황하지 않던 승무원 옥순(채수빈)이 기질을 발휘한다. 다친 승격을 치료하고 용대의 흥분에 동요하지 않는 차분함을 발판 삼아 태인은 극한상황을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한다.

실화의 놀라움 영화적 허용의 적절한 배합

영화는 1971년 속초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가 홍천 상공에서 납치되는 상황을 다룬 이야기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 이념과 사상이 대립했던 일촉즉발 시대를 재현했다.

하이재킹(hijacking)이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미 서부 개척 시절 마부 옆에 바짝 다가와 ‘Hi, Jack(영미권의 흔한 이름 john의 애칭)’이라며 세울 것을 위협하는 불편한 인사에서 유래되었다. 마차의 마부를 위협하듯 비행기의 조종실을 장악하거나 승무원이나 승객을 인질로 삼아 항로를 변경하면 납치가 성립된다.

지금이야 좌석을 선택하고 철저한 신분 확인, X-ray 검사, 금속 탐지기 등 보안 검사가 강화되어 있지만. 1968년부터 1972년까지 5년간 325건(미연방 항공청 통계)이 발생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시기에는 빈번한 일이었다.

철통 보안이 도입되어 현재는 잦아들었다고는 하나, 9.11테러로 비행기가 테러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는 상황은 변화를 맞았다. 우리나라 여객기는 없지만 미국, 캐나다, 유럽 등 테러를 자주 경험한 나라는 ‘에어 마샬(air marshal)’,‘스카이 마샬(sky marshal)’이라 불리는 보안 승무원이 탑승해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한다.

영화에는 당시 상황을 적재적소로 활용해 시대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우리나라도 YS-11기 피랍 사건 이후 보안 승무원이 함께 탑승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현직 경찰이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활동했었는데 승무원 중 무술 유단자가 청원경찰 자격을 획득하고 탑승하게 되었다.

휴전선 근처의 강원도, 경기도는 민간인이나 군인의 월북을 유도하는 삐라를 유포하기도 했다. 좌석은 선착순제였다. 백화점 세일에 오픈런 하듯 승객들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부산하게 달리고, 기내에는 닭이나 각종 동물을 안고 타기도 했으며, 기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의 놀라운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360도 공중회전 임멜만턴 효과, 다큐멘터리적 앵글을 사용해 영화적 허용과 실제 분위기를 전하며 생생함을 더한 효과는 덤이다.

남은 자의 고통, 죄의식과 자기 위안

1969년 고성 납치 사건으로 한차례 정치적 문제를 겪었던 하이재킹 사건을 초반에 배치해 캐릭터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디자인했다. 이는 민항기 YS-11을 납치해 51명이 월북한 사건이다. 그중 39명만 송환되고 나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 송환된 사람의 가족들은 남한에 남아 프레임 지옥에서 온전치 못한 삶을 살게 된다. 피랍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용대의 하이재킹 명문으로 빌드업 된다. 앞선 월북 사건의 용의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접받는다는 선전 문구를 보고 잃을 것 없던 그가 범죄를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분단국가의 특수성과 고성 납치 사건과 연결되어 복합적인 악인 승화, 이념 대립에 희생되는 수많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용대의 전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냈다.

선하고 바른 이미지를 주로 소화한 여진구의 광기 어린 눈과 표정은 말광이란 단어를 제대로 보여주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에 반해 태인은 죄의식과 자기 위안 사이에서 몸부림친다. ‘인간의 목숨은 귀중하다’라는 인류애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쓰이고,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남은 자의 고통, 피눈물 흘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대를 잇는 연좌제의 결과는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후 재난 전문 배우 수식어가 붙었던 하정우는 팬데믹 이후에는 [수리남], , <1947 보스톤>으로 실화 전문이란 수식어도 얻게 되었다. 팬데믹 때 내놓은 영화 두 편이 연이은 흥행 부진을 겪으며 반등의 기회를 엿보던 그가 에서 웃음기 싹 뺀 진지한 모습과 의인의 정의로움을 더해 실존 인물을 직조했다. 여진구가 터트리고 하정우가 막아내는 공중전의 스릴은 이른 더위에 지친 관객을 시원한 극장으로 안내하기 충분하다.

단,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보지 않는 편이 좋다. 사건을 잘 알지 못할 경우라야 재미가 배가 된다. ‘이것까지 진짜였어?’라며 놀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평점: ★★★☆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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