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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연애자인 딸과 그의 애인과 한집에 같이 살게 된 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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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딸에 대하여’의 이미랑 감독을 만나다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가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상, 올해의 배우상(오민애) 수상을 시작으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CGK촬영상(김지룡)과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지난 8월 2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미랑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사회적 약자는 존재한다. 그 안에 여성, 노약자, 비정규직, 무연고자 등을 다루며 가족의 의미, 우리 주변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 영화가 「딸에 대하여」다.

믿고 보는 ‘아토’ 제작,
김혜진 작가를 만난 운명

-웰메이드 영화 제작사 ‘아토’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화라고 들었는데 「딸에 대하여」가 데뷔작이 된 사연이 있나.

“일단 저는 「시」의 스크립터 출신이었고, 아토의 제정주 PD는 「밀양」때 제작실장이었다. 이창동 감독님 작품 했던 사람들끼리 가끔 만나서 아토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침 제가 책을 읽었을 때 저작권 구매 소식도 듣게 되었다. 장편 데뷔가 엎어질 때였는데 마침 단편에서 다뤘던 여성 서사 중심, 성소수자 소재가 결이 맞다 생각했는지 연출 제안을 했다”

-김혜진 작가가 쓴 원작의 깊은 서사와 유려한 단어를 영상으로 옮기며 영화적으로 차이를 두려 했던 점은 무엇인가.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김혜진 작가는 학교 한 학년 후배였고 학보사 편집장 시절에 알던 후배이자 기자였다. 평소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등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초기작부터 쭉 읽었다. 그중에 ‘딸에 대하여’도 있었던 거다.

노년 여성의 내면, 고독과 외로움, 궁핍함을 자아 성찰적인 언어로 담아낸 통찰력에 놀랐다. 80년대, 혹은 그 이전 세대가 가진 1인 가구의 고민이 다 들어가 있었다. 정상 가족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비정규직 예술 노동자의 고민과 두려움이 엄마의 상황과 맞닿아있더라.

독자로 읽었을 때도 그랬고, 처음부터 퀴어 소설로 접근하지 않았다. 엄마의 시선에서 딸을 들여다보는 태도라 엄마의 상황, 나이 듦의 성찰들이 느껴졌다. 이미 문학 언어로 충분하고 완벽한 소설을 더 확장하면 좋겠지만. 잘할 자신도 없었고 예산 문제도 걸려 전략을 세웠다. 제작진과 협의한 끝에 ‘소설을 영화화하는 문제에 집중하자’고만 생각 했다”

-원작 소설은 엄마의 1인칭 시점이라 독백을 통해 속마음이 드러난다. 영화로 옮길 때 내레이션을 집어넣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영화는 시각과 청각, 쇼트와 쇼트의 병합이고 문학은 활자로 표현된 내면의 성찰 언어라는 점이 다르다. 지금은 영화의 흐름이 달라지고 매체의 경계로 허물어졌지만, 소리와 그림으로 보여준다면 말하지 않는 편이 영화만의 오롯한 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영화의 힘을 믿고 있어, 말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소설의 독백을 장면화하는 문제는 달랐다. 다행히 오민애 배우가 내면 언어를 고찰하고 성찰할 줄 아는 배우라서 그 에너지가 영화 안에 스며들며 발현되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소리(청각)와 그림(시각)의 언어다. 제가 영화와 문예창작을 모두 배운 학도여서 두 언어의 차이를 안다는 장점을 활용했다. 원작의 풍부한 깊이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형식을 취했다. 원작에서 엄마가 딸의 시위 현장에 찾아갔다가 핸드폰도 잃어버릴 정도로 군중에 휩쓸리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영화로는 택시 안에서 그저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담았다.

원작에서는 결국 지방 요양원으로 젠(제희)을 보내지 않나. 엄마가 요양원으로 갈 결심을 하고 그린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자느라 못 가고 다음날 레인이 데리러 오는 장면도 뺐다. 찍긴 했는데 앞선 톤과 맞지 않아 덜어냈다. 소설의 가장 강단 있는 두 장면을 소거했다”

딸이 아닌 엄마에 대하여

-오민애 배우가 본인 성격과 너무 다른 엄마를 연기하며 답답증이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엄마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너무 다른 자아를 배우가 만난 거다. (웃음) 선배님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이다. 반면 엄마는 정반대의 사람이어서 본인도 힘들어했다. 저도 선배님도 첫 작업이라 서로를 잘 몰랐지만 끊임없는 대화로 맞춰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캐릭터의 면면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내내 말 없고 눌러 담던 엄마가 참다못해 버럭 하는 순간은 사실 그렇게까지 온도가 높은 장면은 아니었다. 선배만의 에너지가 영화 안에 투영된 건데 그 장면이 있어 그나마 숨통을 트였더랬다. 호흡이 자연스럽게 올록볼록 튀어나오는 순간,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게 발현되면서 영화적 순간이 만들어졌다. 이건 오로지 배우의 몫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움직임만으로 관객이 체험하도록 의도했던 거다”

-엄마의 집이나, 요양원 등 생활감이 묻어나는 장소가 자연스러운 서사를 이끌어 준다.

“엄마 집, 요양원은 미술로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홍제동 배경인 엄마 집 근처가 묘하게 구석구석 운치 있고 멋있게 늙은 집이 많았다. 풀숲, 골목, 언덕 등도 좋았다. 서울에 마당이 있는 2층 집은 대부분 부잣집이라 우리 엄마랑은 결이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 (웃음) 엄마 집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찍고 골목이나 그린과 레인이 데이트하고 수박 사고 오는 동네는 홍제동이다. 두 군데에서 촬영했다.

코로나 디폴트 값이 생긴 것 같다. (웃음) 앞으로 계속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요양원이 있었는데 팬데믹 때라 결국 취소되었고 영화에 담긴 요양원도 1,2층에는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조심스러웠다. 저희는 증축한 3층에서 따로 촬영했지만 불편해하셨다. 혹시라도 외부인인 저희 때문에 잘못될까 봐 할 수 있는 모든 장비, 검사 등을 철저히 대비해서 촬영했다”

-돌봄에 관한 차갑고 따뜻한 시선이 교차한다. 누구나 노년을 경험해 본 적 없어 두려워하는 막연한 공포가 제희에게 투영되고 요양원도 대한민국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원작의 젠에서 영화는 제희로 이름을 바꾸었다. 엄마, 그린, 레인처럼 두 글자로 맞추고 싶기도 했고, 80년대 활동한 여성 치고 현대적이라 쓰게 되었다. 소설은 늙음, 돌봄, 치매를 정밀하게 묘사하지만 영화는 장애나 질병을 드러낼 때 제대로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라 포기했다. 다행히 베테랑인 허진 선생님의 연륜이 담긴 연기를 엄마가 정성스럽게 돌봐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치매의 돌봄이라기보단 노인의 돌봄이 되어버렸고, 치매 묘사는 많이 부족했다”

-전작들을 통해 꾸준히 이주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등 소외당하는 인물들을 다룬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하게 되는 것은 별개 같다. 단편 주인공들이 사회적 약자, 소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모두가 소수성을 조금씩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단편은 졸업 작품인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2005)였다. 늙은 아버지의 결혼을 아들이 보는 시선이다. 서울예대가 안산 캠퍼스를 다니며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란 현수막을 많이 보았는데 영화로 옮겨왔다.

두 번째 「목욕」(2007)은 남자였다가 여자가 된 동생을 데리고 목욕탕을 가는 언니와 엄마의 이야기다.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서울로 대학 간 저는 위로 언니가 둘인데 언니와 저의 관계, 목욕탕을 다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떠올렸던 이야기다. 문예창작과 졸업작품으로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춘정」(2013)은 한국말은 잘하는데 한국어는 서툰 조선족 여성 이주노동자가 보이스피싱을 하는 설정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오래 일한 외국인 이모님이 상주하셨다. 그분이 말은 잘하시는데 글을 모르신다. (영화 속에서는 소수자지만) 늘 보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소수자가 아니었다. 결국,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보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상이고 우리도 어느 범주에서는 소수자이기 때문에 영화로 옮겨오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면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다정하고 먹먹하며 누군가를 포근히 안을 마음도 든다. 무엇보다 영화를 마치고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며 토론의 장을 열고 싶어진다.

“모든 캐릭터에 양면성이 있다. 제희의 돌봄도 위대한 이타심 때문은 아니다. 자신과 딸의 미래가 보여서 걱정되는 이기적인 이타심이다. 그린도 밖에서는 부당한 동료의 해고에 자기 일처럼 소리치며 연대하지만 가까운 엄마에게는 상처 준다. 그게 사람이다.

2시간 동안 이끌리듯이 보고 나면 걱정도 잊고 즐기면 되는 일방적인 관계 맺는 영화가 요즘 관객이 원하는 영화다. 우리 영화는 보고 나면 쌍방 대화가 가능한 영화다. 나와의 소통으로 시작해 대화로 관계 맺는 영화다. 영화가 본디 오락과 예술의 매체지만 인문학적 논쟁을 부르는 영화, 영화의 기능을 발견하고 그 기능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영화를 미약하게나마 만들어 보고 싶었다”

글: 장혜령
사진: 찬란

딸에 대하여 감독 출연 이학민,이희정,김혜진 평점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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